1년 열두 달 덥기만 한 필리핀에서 살다보니 복(伏)날을 잊은지 오랩니다.
하기사 매일 매일이 삼복이나 마찬가지니-
이런거까지 기억하다가는 더위에 더 지쳐 제명대로 살지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 달력을 쳐다보다가 복 날을 알게 된 울 아우
며칠 전 출장길에 시골서 사온 닭이 있다며 몸보신하자고 난리입니다.
-닭은 누가 잡을 건데?
이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아우가 헬퍼 조이를 불러 댑니다.
-니 닭구새끼 잡을 줄 아나.
이 말에 잠깐 얼굴을 찌푸리던 조이.
그런데 바로 뒤돌아 서더니 싱크대 서랍서 식칼을 뽑아들고 나갑니다.
푸드덕 소리 몇 번 나는 가 싶어 달려 나가 봤더니
어느새 닭 두 마리가 죽어 있었습니다.
-독하다 독해.
이날 아우는 한국서 가져온 황기 당기에다
옷나무껍질까지 넣고 백숙을 끓였습니다.
냄새가 얼마나 구수하던지-
조이 역시 처음으로 백숙을 먹어 보고는 ‘야미’(맛있다) 소리를 연발합니다.
앞으로는 닭만 사오면 바로 잡아서 백숙 만들어 먹는 것은 일도 아니게 생겼습니다.
지가 더 좋아하는 음식이 돼 버렸으니 말입니다.
상하의 나라 필리핀서 살아 남기???
선풍기에 에어컨 옆에 끼고 지내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그보다는 가끔씩 시골서 자연 방사해 키운 달구새끼 사다가 푹 고아 먹는 것도
더운나라 필리핀서 살아남는 방법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다 하나 더,
달구새끼 잘 잡는 헬퍼 한 명 둬야 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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