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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사무실서 끓여 먹는 냉면 맛이라는 게-

by 고향사람 2012. 8. 2.

현재 시간 12시 20분

실내 기온 30도 안팎

입맛 밥맛 전혀 없음

 

이런 날 눈 돌아가고, 귀 열리게 하는 소리가 있다면 그건-

‘형. 우리 물냉면 해 먹을까’하는 소리입니다.

 

요리 잘 하는 아우가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한국식품점에 가

인스턴트 냉면을 사 오기만 하면 됩니다.

승용차로 30분 이상 걸리는 식품점을 향해 출발하고

겨우 한 팩 남은 냉면을 뺏다시피 가져오니 이미 아우는 달걀까지 삶아 놨습니다.

냄비에서는 물이 팔팔 끓고 고명으로 얹을 오이도 총총총 썰어져 있었습니다.

 

냉면 봉투에 써 있는 깨알 같은 글씨를 읽어 가며 한 순서라도

놓치면 큰 일 날세라 열독하면서 냉면을 끓입니다.

사무실 화장실 세면대를 싱크대 삼아 면을 헹궈내고

책상에서 오이를 썰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지만

사각 얼음까지 동동동 띄운 냉면 그릇이 테이블 위에 올려 지자

이건 예술이었습니다.

 

여긴 필리핀, 그것도 이 나라 맨 아랫섬인 민다나오였기에

더 감동???이 컸습니다^^

냉면송이 절로 나왔습니다.

 

‘한 촌 사람 하루는 성내와서 구경을 하는데

이 골목 저 골목 다니면서 별별 것 보았네’ (1절)

‘이 촌 바위 혹하여 들어가서 냉면을 시켰네

한참이나 맛있게 잘 먹다가 재채기 나왔네 (2절)’

 

맛 좋은 냉면이 여기있오 값싸고 달콤한 냉면이오

냉면 국물 더 주시오 아니구나 맛 좋다 (후렴)

 

필리핀 사무실서, 그것도 사내들이 끓인 냉면 이라는 게 오죽 하겠냐고-

혹자는 반문도 하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더 맛나다는 겁니다.

피노이 촌놈들? 이 맛을 보여줘도 면 발만 질기다고 투덜거리니

한국 촌사람과는 역시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촌도 촌 나름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