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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생전 처음 마사지 값을 깎았는데-

by 고향사람 2012. 7. 22.

얼마 전 마닐라에 사는 마눌이 민다나오에서 일하는 나를 찾아 왔습니다.

내 생일을 앞두고 겸사겸사 온 겁니다.

모처럼 내려온 마눌과 까뮈긴 섬에 가 온천도 즐기고 보트도 타고-

시내에 돌아 와서는 마사지까지 같이 받았습니다.

 

까가얀데오로에서는 가장 좋다는 마사지 샾에 들렀는데

이날따라 마사지가 일찍 끝난다 싶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시계를 보니 20분이나 짤라 먹은 겁니다.

왜 이렇게 일찍 끝내냐고 물었더니 정확한 시간에 끝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내가 잠을 자서 그랬다는 겁니다.

 

-내가 잠들면 시간도 자냐.

하고 싶었지만 매니저하고 따지는게 낫지 싶어 참았습니다.

잠시 뒤 마눌도 마사지를 끝내고 나와 계산을 하면서 따져 물었습니다.

한 시간짜리 마사지를 20분이나 짤라 먹는 게 말이되냐고 말입니다.

다행이도 매니저는 미안하다며 그 시간을 빼고 계산을 해 줬습니다.

그 때 문을 열고 빠꼼히 얼굴을 내 밀고 있는 마사지걸이 보였습니다.

 

팁이 생각났나 봅니다.

순간 약이 올라 주려던 함께 계산하던 팁을 거둬들였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마눌은 왜 팁을 안주냐며 자기 지갑을 열 참입니다.

그런 마눌 손목을 잡아 끌고 나와 차 안에서 자초지종을 이야기 해 줬더니

자기도 속내를 꺼내 놓습니다.

 

마사지 걸이 너무 성의 없이 움직여 왜 이런 집에 왔는지 속상했다며 말입니다.

입구 안쪽에 한글로 ‘정숙’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 놓은 것도

한국인을 비아냥하는 것 같아 은근히 거슬렸는데-

시간까지 짤라 먹는 마사지샾 행태가 더 고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소한의 상도도 지키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팁이 과하다는 생각에

그냥 나왔지만 아마 내 뒤에다 대고 ‘뻐-큐’ 소리 엄청 해 댔을 겁니다.

 

남이 내 몸 만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인지라

마사지 받는 일도 참 드문데-.

마누라 대접 좀 한다고 간 곳에서 시간 바가지를 쓰고,

그렇다고 똑 같이 성질부리며 팁을 주지 않고 나온 게 지금까지 찝찝합니다.

 

하지만 잠시 틈만 보이면 한국인을 봉으로 여기는

이들의 태도도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앞으로는 효자 손 두어 개 사와서

등 가려우면 혼자서 벅벅 긁고

비 오는 날 몸이 쑤시면

신신파스나 덕지덕지 붙이면서 그렇게 살자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