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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한국에 나가면 이건 꼭 한다 - 이발소 들르기

by 고향사람 2012. 7. 12.

몇 개월에 한 번씩 기회가 되는 한국행.

어떤 외국에 나가는 것 보다 가슴이 벅찰 때가 많습니다.

고향이 있고 엄니가 계시고-

친인척과 친구들을 볼 수 있어 더 그런가 봅니다.

 

이런 소중한 인연이 한국행을 반기기도 하지만

내 몸에 익숙한 곳들을 향하는 발걸음도 내 나라가 좋습니다.

이중 이발소를 찾을 때는 몸과 마음이 다 가벼워 집니다.

필리핀 시골 이발소는 참 단순합니다.

시설도 엉망이고 위생은 거론키가 뭐할 정도니까 말입니다.

 

거울 위 벽면에 잔뜩 붙여 놓은 총천연색?? 그림을 보고

머리 모양을 정하면 그대로 깎아 준다고 하는데-

한 번도 그 모양대로 나온 기억이 없습니다.

순전히 이발사 맘대로 머리를 다듬어 놓으니까 말입니다.

 

면도는 구렛나루를 잘라 주고 머리와 피부 사이 경계에 있는

솜털 정도를 밀어 주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발 후에도 머리를 감겨 주지 않습니다.

-대형 쇼핑센터 안에 있는 신식 이발소의 경우는

이발 전후로 머리를 두 번씩이나 감겨 주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대개는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털어 내주는 것으로

머리 감기를 대신해 줍니다.

이런 대접?만 받다가 한국에 와서 이발소에 들르면

모든 게 주문대로 척척입니다.

 

거기다가 뜨거운 타월로 얼굴 피부를 부드럽게 한 뒤

잘 드는 칼로 능숙한 솜씨를 자랑하는 면도는 개운함을 더합니다.

내가 찾는 이발관은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옛날? ‘새마을 이용실’을 연상케 할 정도인데도 솜씨도 좋고

부부가 손발도 잘 맞아 눈만 감고 있으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이발비 9천원에 박카스 한 병까지 얻어 마시고 나오는 길에는

꼭 필리핀 촌에 있는 이발소가 떠오릅니다.

 

의자하나 거울하나 이발사 한 명.

소를 잡을 만한 커다란 가위에 이빠진 바리캉.

머리위로 하얀 분가루 잔뜩 뿌리곤

방 빗자루보다 더 큰 솔로 쓱쓱 털어 내는-

 

한국에 나오면 꼭 이발부터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