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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환청’인줄 알았다니-

by 고향사람 2012. 7. 18.

지난 며칠간 아우가 몸져 누워있었습니다.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더니 앉아 있기도 힘들다며

이틀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침대에서 누워지냈습니다.

약을 먹고 푹 쉰 탓인지 이틀째 저녁이 되자 거동이 가능했습니다.

 

컨디션이 호전되자 허기가 밀려 왔나 봅니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 음식 차려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근처 한국 식당을 찾아 가기로 했답니다.

어지럼증이 다 없어지지 않은 탓에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는데

승용차에서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리더라는 겁니다.

 

어지럼증 후유증인가 싶어 머리를 흔들어 보고 심호흡도 해 봐도

소리가 그치지 않더라는 겁니다.

혹시나 싶어 뒷 좌석을 돌아 보며 주변을 살펴봐도 고양이는 보이지 않고

울음 소리는 계속 들리자 겁이 벌컥 나더라는 겁니다.

큰 병이 걸려 환청까지 들리나 싶어서 였답니다.

 

차 시동을 걸 때부터 들리기 시작한 고양이 울음소리는

빌리지를 벗어 나서도, 음식점 앞에 주차 하는데까지도

간간히 들리 더라는 겁니다.

환청이 이렇게 무섭구나 하면서도 혹시나 싶어

차에서 내려 트렁크를 열어 봤는데도 고양이는 보이지 않고-

 

그래서 속는 셈 치고 마지막으로 엔진룸 본넷을 열어 봤더니

그 속에 고양이가 쭈그려 앉아서 계속 울음 소리를 내더라는 겁니다.

이 상황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환청이 아니었다 싶어 다행이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속은 것이 괘씸하기까지 해서

발길질을 해대며 고양이를 쫒아 냈다고 합니다.

 

아우 이야기를 들으며 한참을 웃었습니다.

왜냐면 고양이 소리에 환청까지 생각했던 아우의 심각함과

그 고양이가 먼저 출근하던 우리 차 엔진룸에 숨어 있었던 놈이었기에

더 그랬습니다.

 

우리 역시 아침에 출근하면서 차 시동을 켜고 움직이는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차를 멈추고 이리저리 살피던 중

엔진룸에 숨어 있던 그 고양이를 찾아 쫒아 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대문앞에 주차해 놓았던 아우차 엔진룸에 다시 숨어 들었으니-

 

아마도 이 고양이는 전생에 필리핀 자동차 정비사였었나 봅니다.

그것도 아니면 그 영혼이 한국에 살던 고양이였었는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아무튼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식구가 한 바탕 소동을 치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