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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밥’ 없는 도시락???

by 고향사람 2012. 7. 11.

타향살이- 아니 타국살이가 길어지니

잔머리 굴리는 게 이제는 9단을 넘어 서고 있습니다.

이중 한 가지가 점심식사를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필리핀서도 맨 아랫섬인 민다나오는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이 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소문나 있는 까가얀데오로 역시

한국 사람들이 살기에는 없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다행이 최근 들어 한국 식당이 한 곳 생겨 청국장에 동태탕 불고기등

고향 내음 나는 음식 맛을 볼 수 있어 다행이지만 작은 식당이라

아직도 갈비 같은 것은 취급을 하지 않아 아쉬움이 큽니다.

 

한국 식품점도 한 곳, 여행사도 한 곳-

이러다보니 점심때만 되면 매일매일 걱정아닌 걱정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잔머리를 굴린 것이 바로 도시락이었습니다.

다행이 제수씨한테 한국 음식하는 방법을 잘 배워 온 우리 집 헬퍼인지라

집에서 먹는 음식은 한국 밥상 뺨 칠정도로 잘 차립니다.

만들어 놓는 반찬수도 매번 열댓 종류가 되니까 말입니다.

 

이런 헬퍼 솜씨로 도시락을 싸게 하면 되지 싶어 그렇게 시작이 됐습니다.

물론 사무실에서 라면 두어개 더 끓여 국물삼아 먹는 것도 특별한 맛이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 헬퍼가 대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도시락이 엉망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반찬수가 줄어드는 거야 얼마든지 이해가 되지만

도시락에 오이 당근은 잔뜩 썰어 넣고는 고추장이나 된장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어느날부터는 밥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도시락 셋트에 밥이 없다???

사무실 책상 하나를 밥상 삼아 반찬을 다 펼쳐 놓고 보면

정작 주식인 밥이 안보이니- 이런 낭패가 없습니다.

급히 직원을 졸리비나 맥도날드에 보내 밥을 사오게 해 위기?를 넘기곤 했지만

이것도 한 두번이지 요즘은 은근히 짜증이 납니다.

 

-이걸 짤라 말아.

아우나 나 모두가 같은 생각이지만 지금까지 가르쳐 온 게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것 한 가지는 한국이나 필리핀 어디서나

밥 먹고 살기 정말 힘들다는 겁니다.

다시 잔머리를 굴려야 할 때가 됐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