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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햅쌀 40가마니 쐈습니다^^

by 고향사람 2011. 10. 17.

며칠 전 필리핀 사무실과 현장 직원들에게 햅쌀 한 가마니?씩을 선물했습니다.

그동안 수고한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한 셈입니다.

이미 옷가지와 약품 등을 준 바 있어 이번에는 먹거리로 택했습니다.

이 중 쌀이 가장 좋다고 해 정미소에서 막 도정한 햅쌀 40가마니(자루)를 주문했습니다.

각 50 킬로그램 짜리로 말입니다.

 

이날 오후에 도착한 쌀가마니를 사무실 안으로 옮겨 놓고(밖에는 쥐가 많아서-)

그 쌀가마니 속에 가족들에게 전하는 감사편지 한 통씩을 넣은 뒤

먼저 일이 끝나는 직원부터 한 가마니씩 가져가라고 일렀습니다.

 

말은 이렇게 해 놓고도 은근히 걱정이 되는것은 사무실에 있는 여직원 4명 때문이었습니다.

자기들 체중보다도 더 무거운 50킬로그램짜리 쌀가마니를 어찌할까 싶어섭니다.

여직원들 것만 실어다 주라 하기도 그렇고-. 이 때 아우가 나서 시원하게 말합니다.

-냅둬봐. 공짜인데 못 가져가겠어???

 

선물을 주고도 뭔가 찝찝한 기분 속에 퇴근을 했습니다.

남자 직원들이야 어깨에 메고 가든 이고 가든 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장정도 추스르기 버거운 50킬로그램짜리 쌀가마니를 여자들이 옮기기란

보통 일이 아닌 것을 잘 알기에 더 그랬습니다.

암튼 내일까지 남아 있으면 그때 어떻게 해보지 하는 마음으로 퇴근을 했습니다.

 

이튿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사무실 문을 열면서 쌀가마 쌓아 놓았던 곳부터 살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밤사이 그 많던 쌀가마가 다 없어 진 겁니다. 아니 우리차 운전기사 것만 빼고 말입니다.

정말 ‘공짜’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신기해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잡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여직원들은 택시를 불러 실어 갔고 남자들은 지프니와 오토바이

트라이시클 등 각종 탈것들을 동원해 다 가져 갔다는 겁니다.

그러고 보니 아우 말이 맞았습니다.

 

공짜(선물)인데 남겨 둘 턱이 없었습니다.

좋은 일 한다고 하면서도 배달까지 못 해준 게 찜찜했었는데-

모두가 잘 가져가 줘서 오히려 아우와 나는 더 고마웠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한 생각도 들었는데 그건 평상시 현장 일도 이 처럼

후딱후딱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었습니다.

 

매일 매일 공짜 처럼, 아니 내일 처럼 열심히 일하면

우리도 매달 보너스로 쌀 한가마 씩 척척 안겨줄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