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우리 사무실을 찾는 피노이 잡상인?이 있습니다.
정문에 있는 가드도 무서워하지 않고 보무도 당당하게 사무실 문을 열어 젖히는
그야말로 간 큰 잡상인입니다.
처음에는 잡상인 주제에 웬 배짱- 하면서 곱잖은 시선으로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아우는 이 잡상인만 오면 집 나갔던 마눌이 돌아 온 것 보다
더 반갑게 맞이하는 겁니다.
이건 뭔 시츄에이션인가 싶어 은근히 질투까지 날 정도로 말입니다.
내 질투를 더 유발 시키는 것은 그 잡상인이 팔러 온 물건은
뚜껑을 열어 보지도 않고 모조리 다 사준다는 겁니다.
그 잡상인이 여자 였다면 혹시 연애하는 사이 아니냐고 물어 볼 만큼 말입니다.
두어 차례 그런 일을 겪다 보니 아우 행동이 궁금해 물었습니다.
-너 그 잡상인한테 약점 잡힌 거 있지
그렇지 않고서야 올 때 마다 미소 가득한 얼굴로 맞이하고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고 가져 온 물건을 다 사줄 리가 없을 것 같아섭니다.
그런데 아우가 내 송곳 같은 질문에 겁을 먹은 얼굴을 하는 겁니다.
-형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
이실직고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우 얼굴이 어쩜 그리 무관심하냐는
표정으로 변해 가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잡상인은 손 한쪽이 기형인 장애우였습니다.
이 더운 나라에서 긴 소매옷을 입고 다니는 게 이상타 싶었는데-
그게 장애를 입은 손을 가리기 위한 방편이었던 겁니다.
그러니 내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이고 말입니다.
아우 얘기로는 그가 한 손으로 만든 카사바 케익으로 그 집 식구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사실을 알고부터 아우는 이 잡상인이 사무실을 찾아 올 때마다 남은 물건을
무조건 다 사주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이런 사실을 나만 몰랐던 겁니다.
그동안 잡상인에 대해 오해했던 미안함과 미리 귀띔해 주지않은
아우에 대한 괘씸함이 상승돼 이젠 내가 물건 사는 데 적극적이 됐습니다.
하루 행상이 끝날무렵 들르지 말고 아침 일찍 사무실에 오라고 말입니다.
근데 인사치레로 한 이 말을 곧이 곧대로 알아 듣고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나타나는 이 잡상인 때문에 은근히 걱정입니다.
한 번에 열 박스 넘게 케익을 사면 이걸 처치하기도 곤란하니까 말입니다.
직원들에게 풀고 손님에게도 나눠줘도 남은 이 카사바 케익-
님도 한 개 맛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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