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참아야 하느니라’
아침마다 집안 화장실서 주문처럼 외우는 소리입니다.
출근 시간이 급한데 화장실에서 꼭 이 주문을 외워야 하는 나도 한심하고,
그냥 쭈-욱 나와 주면 될 것을 뭔 미련이 있어 내 뱃속에 남아 있으려하는지
그 ‘덩’도 한심스럽고-
‘그래도 참아야 하느니라’
하면서 이를 악물고 힘을 줘야 합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각고의 노력과 인내를 해대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문제 때문입니다.
집에서 두 시간 반 가량 떨어져 있는 현장에 새로 집 한 채를 완공한 게 이달 초입니다.
근방 수 킬로 미터 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장까지 갖춘 멋진 가옥입니다.
하지만 전기는 안 들어온다는 거-
덕분에 화장실서 ‘덩’ 한 덩이 떨어 뜨려 놓으면 그 다음부터가 똥빠지게 고생한다는 겁니다.
수세식 화장실이지만 물이 없고 샤워기는 달려 있지만 물이 안 나오니-
물통을 들고 30-40미터 떨어져 있는 개울까지 달려가 물을 길어 와서 부어야 합니다.
‘그러니 낮에는 참아야 합니다’
몇 초간의 시원함을 위해 물통 들고 개울까지 갔다오면-
그만 종일 땀에 절어 살아야 하는데-참아야 하느니라 소리가 절로 납니다.
그러니 현장에 가기 전 뱃속에 남아 있는 찌꺼기를 집안 화장실서 다 버려야 하는데-
이것 역시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음과 몸이 따로 놀기 때문입니다-‘그래도 참아야 하느니라’
-요즘 이렇게 자주 주문을 외다가는 도사가 되는 거 아닌지
몸이 현장에 있는 낮에는 무조건 참아야 하는 이유-
알만하죠^^
-다행이 자가 발전기에 연결할 모터만 설치하면 그만 참아도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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