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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이름 때문에 웃고 살아요(두 번째 이야기)

by 고향사람 2009. 11. 10.

‘건’이는 우리 집에서 아들놈과 함께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아들보다 키가 10센티미터는 더 크고 인물도 훤한 녀석이지만

가끔 제 엄마 이야기를 꺼낼때면 우리 식구 모두가 뒤로 넘어 집니다.


건이가 밝힌 집안 비사(秘事) 중에는 별난 엄마 이름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처녀 때 세 번이나 신검 통보를 받았던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건이 엄마가 얼큰하게 한 잔 했을 때 가끔 일갈하는 소리가

‘대한민국 여자중에서 군대 신체검사 통지서를 세 번씩이나 받은 뇬?이 있으면

나와 보라구해‘라는 거랍니다.


이름이 ‘김성기’여서 생긴 해프닝입니다.

이름이 남자 것? 이라 신검 통지서를 세 번이나 받아야 했다는 겁니다.

첫 번에는 웃고 너머 갔지만 세 번째 신검 통보를 받았을 때는

그냥 군대에 가 버릴까도 생각했었다는 겁니다.

너무 화가 나서 그랬답니다.


ㅋㅋㅋ

건이가 옆에서 웃고 있으면 ‘왜 성기라는 이름이 어때서-’

-그거? 안달린 인간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정말 군대 갔어도 아무 손색이 없는 여장부가 틀림이 없습니다.

지금도 시간만 나면 온갖 김치에 밑반찬을 몇 박스씩이나 보내주는 까닭에

그 손 크기가 남정네 보다 훨 났습니다.

그 때 군대 안 가시길 잘 했다는 생각은 반찬을 먹을 때마다 되풀이 됩니다. ㅎㅎㅎ


하지만 건이가 엄마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 이름(성기)이 생각나서

입가에는 미소부터 번집니다.

언제 만나게 되면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류. 성기가 어때서유. 그치만 부르기는 좀 남사스럽구먼유. 김성기 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