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모레면 팔순이 되시는 울 엄니-
오늘 아침 마을 이장이 오전 9시부터 회관서 농협회원 모임이 있다는 방송을 듣고
일찌감치 외출을 하셨는데, 11시도 안 돼 집에 오셨습니다.
‘엄니 벌써 끝났슈’
‘아녀 또 나가봐야혀. 이거 줄려구 급히 왔어’
그러면서 주머니에서 이것저것 꺼내 놓는데, 금세 한 상 차림이 됐습니다.
닭튀김 한 봉지, 귤 다섯 개 단팥빵 1개 무절임 한봉지-
여기에다가 농협 출자금 배당금까지
‘이게다 뭐래유’
‘이거이 농협서 낸거여. 근디 내가 이빨이 션찮어서 먹을 수 있남. 그래서 내 몫은 싸 달랬지. 긍께 어여 먹어-’
내가 맛나게 먹는 것을 보고 다시 외출 준비를 하시는 울 엄니.
‘어디 또 나가시게유’
‘그려 오늘 부녀회서 윷놀이 하재니까 빠질수 있남. 내 얼렁 같다올게’
아마 울 엄니 다시 들어 올 때는 주방세제나 두루마리 휴지 몇 개 들고 오실겁니다.
윷놀이를 해도 절대 지지 않는 분이시니까 말입니다.
어릴 때, 잔치집 일을 도와주고 돌아오실 때 주머니에 이것저것 잔뜩 넣어 가지고 와선
우리들 앞에 펼쳐 놓으시던 울 엄니-.
근디 큰 자식이 같이 늙어 가는 마당에도 주머니에 먹거리 넣어다 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답니다.
‘엄니. 주머니 큰 옷으로 바꿔입고 나가시는 게 좋잖유’
막 외출하시는 엄니께 소리 질렀더니 엄니는 벌써 무슨 소린지 알아 들으셨나 봅니다.
‘그려 그렇잖아도 비닐봉지 하나 넣응께 걱정허들 말어-’
이런 우리 엄닐 누가 당할꺼유.
이젠 외출했다 돌아오시는 어머니 주머니부터 살피는 게 버릇이 될것 같아 걱정입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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