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팔순 노모 &50대 아들 이야기

‘에미 걱정일랑 말고-’. 이 말씀에 목 놓아 울었습니다

by 고향사람 2008. 9. 14.

오늘 새벽,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한국 고향집에 홀로 계신 어머님 전화였습니다.

날 틀린 ‘추석명절’이라고 어머님이 또 먼저 전화를 하신 겁니다.


‘잘들있쟈. 더운디서 얼마나 고생시럽냐. 여긴 찬바람 솔솔나는 게 이젠 살만허다’

로 시작된 어머님의 안부전화는 ‘손자 녀석 학교 잘 다니고 공부는 잘하냐’는

질문까지 하고서야 끝이 납니다.

그리고 수화기를 놓기 전, 꼭 하시는 말씀을 이번에도 잊지 않으십니다.

‘얘야. 에미 걱정일랑 말고 그저 건강하게들 있다가 와라’


고희(古稀)를 훌쩍 넘어 팔순이 눈 앞인 엄니가 머리허연 아들을 염려해

틈만 나면 전화를 하십니다. 그것도 당신은 잘 있으니까 아무 걱정 말라며 말입니다.

5년 전,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아버님과 영원한 작별을 하시고,

당신 역시 중환자실에서 여러 달 고생하신 분이 남편과 살던 고향집을 버릴 수 없다시며

자식들 요구도 마다한 체 홀로 시골생활을 고집하시는 분입니다.


올해는 그 많은 농사도 혼자서 다 지으셨답니다.

‘풍년여- 태풍피해도 없고, 그러니까 염려들 말어’

그 말씀이 어떤 뜻이라는 걸 잘 알기에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 나면

혼자서 한 참을 울게 됩니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내릴 때마다

마음이 먼저 달려갑니다. 고향집으로 말입니다.


자식이 아니라 웬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늙은 당신 몸 하나 간수하기 힘든 연세에도 불구하고,

타국에 나가 있는 자식이 더 염려스러워 전화 때마다 ‘에미 걱정 말라’를

연신 당부하시는 엄니의 목소리가 왜이리도 가슴에 와 닿는지-.


며칠전부터 추석을 알리는 달력의 빨간 숫자 14일을 보면 가슴이 뛰었습니다.

홀로 계신 어머니가 정말 더 보고 싶어져서 입니다.

그 옷섶 부여잡고 한 없이 울고 싶어섭니다.


사랑한다고 말 한 번 못한 못난 자식놈-

그 놈 가슴 아파 할까봐 보고 싶다는 말도 꺼내지 않으시는 어머님 앞에

감히 추석인사를 올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