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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고라니 뼈를 발라가면 50만원이나 준대요

by 고향사람 2009. 1. 10.

올해는 충남 예산군이 수렵지구로 선정이 됐습니다.

이 말은 예산군에서는 합법적인 사냥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몰려든 엽사(獵師-사냥꾼)들이 2천여명이나 되고,

덕분에 우리 주민들은 아침부터 종일 총소리를 듣고 살아야 합니다.


어제는 새로 낸 뒷산 산책로를 따라 팔각정까지 산보를 갔습니다.

그런데 중간에서 사냥꾼을 만났습니다.

지금까지는 총소리만 듣다가 이날 처음 노란 헬멧에 빨간 조끼를 입고,

사냥개까지 동반한 사냥꾼 모습을 처음 본 것입니다.


이젠 총알 맞을 까봐 마음놓고 산보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사냥꾼 발밑을 보는 순간 그만 내 발걸음이 멈추고 말았습니다.

땅바닥에 고라니 한 마리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이 고라니를 이 산에서 잡은 겁니까’

놀라서 물어보니 사냥꾼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총을 보여줍니다.

그 총으로 고라니를 잡았다는 제스처였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더 합니다.

동료가 지금 아래쪽으로 다른 고라니를 잡으러 갔다는 겁니다.

아마 한 쌍의 고라니를 다 잡을 속셈인 것 같았습니다.


이 말을 듣고 다시 산보를 시작하면서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손뼉도 쳤습니다. 고라니가 듣고 놀라서 빨리 도망가라고 그랬습니다.

가끔 산책을 할 때 그 모습을 보았던 고라니라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들리는 말에는 고라니를 잡아 그 뼈를 발라 가면

도심 건강원에서 50만원은 받는 다고 합니다. 노루도 마찬가지입니다.

잡을 때 피를 나눠 마시고, 그 고기는 저녁에 다 구어 먹기도 한답니다.


수렵이 개체수가 늘어 난 산짐승을 잡고,

농가에게 피해를 주는 조류를 속아낸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총에 맞아 죽은 고라니를 보는 순간에는 안타까움만 더 했습니다.


마을 뒷산에서 고라니 한 마리를 잡은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 짝까지 다 잡으려는 욕심 많은 사냥꾼의 총부리에서

나머지 고라니가 무사하길 빌며 산을 내려 왔습니다.

-언젠가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해충?은 인간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