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느림보 달팽이가 살아가는 방법처럼-

by 고향사람 2009. 1. 14.

이 세상에서 거북이 보고 ‘와-빠르다’고 감탄을 연발할 놈은

달팽이하고 굼벵이 정도 일 것 같습니다.

오늘은 달팽이 이야기 좀 할까 합니다.


달팽이는 자웅(雌雄)이 한 몸에 있습니다.

이를 다시 말하면 암수가 동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연애를 하지 않아도 종족 번식이 가능하고, 미인달팽이 미남달팽이를 찾아

동서남북을 헤매 일 필요도 없습니다.


바로 옆에서 폭탄이 터져도 바쁠 것 없어 보이는 그 느릿함이나

그 굼뜸만큼이나 욕심도 없어 보이는 달팽이지만

종족 보존을 위한 애씀은 여느 동물들과 다르지 않답니다.


암수 동체인 까닭에 연인이 필요치 않은 달팽이지만

이들은 산란철을 앞두고는 열심히 짝을 찾아 이동을 합니다.

종일 기어봤자 몇 미터 안 될 것 같지만 님 찾는 고행마다하지 않습니다.

근친교배를 피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어렵게 님을 만나면 서로가 정자를 주고받습니다.

그래야 공평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하지만 놀랄 만한 사실은 이들이 주고받은 정자는 몸속 기관에서

1년간이나 보관을 할 수가 있다는 겁니다.

필요할 때 꺼내 쓰기 위함입니다.


정자 보관이 탁월하게 발달된 까닭은 그 느림 걸음 때문에

짝을 만날 확률이 너무 낮아서입니다.

달팽이 일생에 새로운 짝 두 번 만날 확률이 적어,

천재일우의 기회에 만났을 때 아예 1년치 정액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미물이라도 살아가는 기술은 인간 못지않습니다.


필리핀과 한국을 오가며 살아가는 기러기 남편 아내들도

달팽이 사랑 방법을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만날 때 1년 치 사랑을 듬뿍 주고받는 그런 애절한 관계말입니다.


달팽이가 짝을 만나는 확률이 낮다지만 인간역시 결혼 한 번 하기위해

적게는 20년에서 많게는 4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

오늘은 달팽이처럼 긴 기다림속에 꽃 피울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을 생각해 보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