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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기축년(己丑年) 새 아침에-

by 고향사람 2009. 1. 2.

2009년 소의 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신앙생활이 저 천성을 향해 꾸준히 걸어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과거 우리 조상님들은 소를 일컬어 생구(生口)라고 했습니다. 이 말은 소도 식구로 여겼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소는 인간과 닮은 면이 적지 않습니다. 임신 기간이 열 달인 것도 사람과 같고, 부엌에서 쑨 여물로 세끼를 먹이던 것도 그렇습니다. 논과 밭일을 할 때도 동행하고 마차를 끌 때도 함께 했습니다. 인간과 공생 관계를 유지해온 가축이 바로 소인 것입니다.


윷놀이에서도 소는 모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윷이 바로 소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윷이나면 4칸을 갈 수 있도록 배치를 했습니다. 또 소는 제사에 빼 놓을 수 없는 짐승이기도 합니다. 성경에서도 솔로몬이 성전 봉헌식 때 소 2만2천 마리를 잡아 희생제물로 드린 기록을 볼 수가 있습니다.(열왕기상 8;63) 


새끼를 낳은 암소는 호랑이와 싸워도 지지 않을 만큼 자식사랑이 큽니다. 삼강행실도에는 주인을 위해 호랑이와 싸운 소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래서 소 꿈을 꾸면 조상을 뵈었다는 일설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한 때 중국인들은 소를 성스러운 동물로 여겨 쇠고기를 먹지 않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조선시대만 해도 실수로 하인을 죽이면 40전을 배상해야 했지만, 남의 소를 죽이게 되면 45전을 배상해야 하는 그런때도 있었습니다. 종의 목숨보다 소의 가치가 더 컸던 것입니다.


하지만 소를 잘 부리는 것은 주인의 몫입니다. 주인은 ‘소 닭 보듯’ 무심해서도 안 되고,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생기게 해서도 않됩니다. 우이독경(牛耳讀經)이 안되게 단도리를 잘 해야 합니다. 부와 충성의 상징인 소는 12지에서도 두 번째를 차지합니다. 충성스럽되 약삽하지 않은 소는 어떻게 부리느냐에 따라 집안에 부를 가져 오기도 하고 화가 되기도 합니다.


새해는 우리 모두 소 처럼 듬직함이 배어 나는 그런 일만 하고 살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