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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서른살 넘은 여자는 쳐다보지도 마’

by 고향사람 2008. 11. 4.

지난 일요일은 모처럼 산행을 했습니다.

호형호제하며 지내던 산 친구들이 필리핀서 살다온 옛 동료가 그립다며

산행을 주선해 그렇게 된 것입니다.


더군다나 고맙게도 시골에 머무는 나를 위해 산행까지도 고향 근처

‘가야산’으로 잡아 시간적인 부담도 없었습니다.

어머님께서 특별히 싸준 10년생 도라지 무침과 가을배추로 만든 겉절이,

여기에다 뒤꼍 감나무에서 따다 잘 재어 만든 침시,

그리고 배와 군고구마 등을 가지고 만남의 장소까지 같습니다.


온천으로 유명한 덕산 시내에서 초등학교를 지나 상가리쪽으로 가다보면

커다란 저수지가 보이고 그 상류쪽에는 남연군묘가 있는 가야산 줄기가 있습니다. 그곳 주차장에서 일곱명의 벗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는 미모의 중년 여성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덕분에 내게는 이날 산행이 고역이었습니다.

필리핀에 있는 마눌이 ‘서른살 넘은 여자는 쳐다보지도 마’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날 맨 앞에 서서 단풍잎만 보고 하염없이 걷기만 했습니다.


맛난 도시락도 혼자서 꾸역꾸역 먹었고,

서울서 내려온 미모의 여성이 타주는 커피도 눈을 내리깔고 마셨습니다.

‘충청도 분이라서 수줍음을 많이 타나봐-’

라는 말이 종종 들려도 그냥 못들은 척 했습니다.

‘그류 지는 쑥맥이라니께유’ 하고 말입니다.


뒤풀이로 빈대떡에 막걸리 한 잔씩 돌아갔지만

그것도 쳐다만 보고 말았습니다. 옆에 앉은 서울 댁이 자꾸 권했기 때문입니다.

‘난 이렇게 듬직한 사내가 좋더라’

남의 속도 모르고 서울 갈 때까지 종알대던 그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생각나긴 하지만 얼굴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 여자도 서른이 넘어서였기 때문입니다.


‘여보. 나 한국서 살면서 진짜루

서른 넘은 여자는 쳐다 보지도 않고 산다. 믿어 줘’

한국서 살기 진짜 힘이 듭니다. 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