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충청남도 예산 땅,
18일 오후 서울서 내려오던 중 천안 외곽도로에서 신호 대기로 서 있던 중,
차창으로 떨어지는 가는 눈발을 봤는데 이것이 예산쯤 오자
제법 눈 모양새를 갖추며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가로등 불빛이 비칠 때 쯤은 아예 폭설이 돼 밤을 하얗게 밝혔습니다.
기상대에서는 충청과 호남, 제주지역에 대설주의보까지 내리고
눈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매시간 방송을 할 정도 였습니다.
첫 눈이 폭설이어선지 기분도 참 묘했습니다.
19일 새벽, 마당으로 나가보니 눈이 엄청 내려 있었습니다.
바로 등산화를 꺼내 신고 뒷동산으로 갔습니다.
아직 단풍도 다 지지 않은 산하에는 그 보다 더 곱고, 여름 잎새 보다
더 싱그럽게 눈꽃 단장을 한 나무들이 선경(仙境)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필리피노들이 궁금해 하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정말 눈이 하늘에서 내려요. 그거 맞으면 기분이 어때요’라는 소리 말입니다.
불과 열흘 전만해도 하늘에서 눈이 내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날씨 였는데,
첫눈이 폭설로 내리니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첫 눈을 보면서 왜 그리 마음이 편치 않은지-.
바로 필리핀에 가 있는 아들놈이 생각나서 였습니다.
눈도 참 좋아 했는데-. 벌써 몇 년째 눈을 보지 못하고 사니
그 심정이 착찹할 것입니다. 그 생각을 하니 첫눈을 보면서 눈물이 났습니다.
그래서 하늘을 향해 소리 질렀습니다.
‘올 크리스마스 때는 필리핀에도 함박눈이 펑펑 내리게 해 주이소’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필리핀에 눈이 내리라는 게 덕담일까요 악담일까요.
지금 생각하니 취소해야 할 것도 같고-. 아무튼 눈이 그리운 이들을 위해
사진 몇 장 올렸습니다.
추억 탑 속에 겨울 이야기 한 장 더 올리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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