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전철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전철이 역에 설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어 실내는 금방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손잡이를 붙잡고 있어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밀려 이리저리 움직이던 중
누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얼마나 집요하게 잡고 있는지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승객이 너무 많아 그러려니 하고 참았습니다.
그 복잡하던 전철도 몇 군데 환승역을 지나자 숨통이 트이면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유치원생쯤 돼 보이는 어린아이였습니다.
순간 아이와 내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 얼굴이 노랗게 질리는 듯싶더니
눈을 커다랗게 뜨면서 ‘와~앙’하고 우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표정을 보면서 난 금세 상황 판단이 됐습니다.
복잡한 전철 안에서 아버지 바지춤을 잡고 있다가 그만 그것을 놓치고
엉겁결에 다시 잡은 것이 내 바짓가랑이였던 것입니다.
아이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아버지를 찾았고 그 아버지 역시 아들의 울음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부자(父子)는 다시 한 몸이 됐습니다.
그때까지도 아이도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해있었지만 입가에는 다시 미소가 번지고 있었습니다.
만원 전철 안에서 그렇게 힘주어 잡고 의지했던 다리가 자기 아빠 것이 아니었다는 이유 하나로
그 아인 당황했고 그만 울음까지 터뜨렸던 것입니다.
우리들도 살아가면서 의지처가 사라져 버릴 때 이 아이처럼 당황하게 됩니다.
그것이 부모님이 됐든 혹은 재산과 명예가 됐든 말입니다.
지금 당신은 누구를 의지하며 살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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