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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호주 남자한테 마누라 뺏길 뻔한 사연’

by 고향사람 2008. 8. 26.

 큰 키에 뽀얀 피부, 여기에다 서글서글한 눈매를 가진 사내.

아내가 여고 때부터 꿈꿔 왔던 이상향의 남자랍니다.

하지만 세상사 내 뜻대로 되는 게 어디 그리 쉽습니까.

꿈과 현실의 차이를 크게 실감하며 살던 아내가 필리핀에 와서

또 한 번 그런 비애(悲哀)를 경험하게 됐습니다.

아들 공부를 시킨다며 필리핀에 와서 살던 우리 세 식구,

그런데 몇 달 살지도 못하고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국 고향집에 계시던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하시는 바람에

내가 급거 귀국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경황없이 당한 일이라 그 뒤처리를 하고 농사일까지 돌보다 보니,

두 해가 훌쩍 가 버렸습니다. 어머님도 많이 회복되고 농사처도 남들에게 맡기고 보니

필리핀 처와 아들이 보고 파 졌습니다.

그래서 기러기 아빠 생활을 접고 다시 필리핀으로 들어오게 됐습니다.

 

그동안 아내는 살림하랴 아들놈 교육 시키랴 이리저리 신경을 쓰다보니

그만 갱년기 증상에 우울증까지 겹쳐 마음 고생이 심했었나 봅니다.

타국 생활이 길어지면 심신(心身)이 곤해지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아내의 무기력증이 심해지자 아들 녀석이 효도를 한답시고 엄마에게 운동을 권했나 봅니다.


아들과 함께 마닐라 퀘존 로터리 근처에 있는 SM 몰에 있는 휘트니 클럽에 등록하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서 몸이 많이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후에 클럽에 가서 아들과 함께 사이클도 타고 조깅을 하고 아령을 들어 올리며

땀을 빼다 보면 그 순간  만큼은 세상 걱정이 다 잊어 진다는 게 아내의 이야기 였습니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 - 좋은 일 뒤에는 마가 끼인다는 뜻)라고

그 사이 누군가가 아내에게 눈독을 들이고 열심히 지켜보는 이가 생겼습니다.

키도 작고, 체구는 더 작아 아내를 전형적인 동양여자로 생각한

한 호주(濠洲) 남자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이 남자는 며칠간 같은 시간대에 나와서 아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가

은근 슬쩍 접근해 수작?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눌한 영어 회화 몇 마디가 전 재산?인 아내인지라

호주 남자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홧- 홧-’ 소리만 연발하니

제 딴엔 답답했는지 영어가 좀 되는 한국 사람을 찾아 도움을 청했습니다.


‘저 여자 괜찮아 보여 말 친구라도 하고 싶은데 당신이 좀 도와 줄래요’

그런데 어렵게 이 말을 부탁한 이가 하필이면 우리 아들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스포츠 클럽 안에 있는 한국 사람이라고는

달랑 아내와 아들뿐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아들놈 혼자서 입을 가리고 ‘낄낄’ 웃다가 걸쭉한 대답을 해 주었답니다.

'짜-샤. 저 아줌마는 내 엄마야 임마. 언감생심 어딜 넘봐’


물론 한국말로 엿 좀 먹이고는 영어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 아줌마는 생긴 건 괜찮은데 성질이 더러워서 사귈 여자가 못된다고’

이 날 이 후.

뭔가 아쉬운 듯 먼발치서 아내를 쳐다보고 있는 키 크고 얼굴 잘 생긴 호주남자.

아들놈은 그와 눈빛이 마주칠 때마다 영 안쓰러워 죽을 뻔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뒤 늦게 안 마누라.

아마 그 속 마음은 이랬지 않았을까 싶어 집니다.

‘넌 효자도 아니다 임마. 그런 남자라면 당장 소개시켜 줬어야지’  ㅋㅋㅋ

자칫 호주 남자에게 빼앗길 뻔 했던 마누라. 

그래서 인지 키 크고 피부 뽀얀 외국산 사내들을 보게 되면

아내의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애쓰며 삽니다.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