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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아이 엠 쏘리’도 아껴 써야 할 판

by 고향사람 2008. 8. 24.

‘아이 엠 쏘리’도 아껴 써야 할 판


‘미안합니다’와 ‘고맙습니다’는 동방예의지국인

한국 사람들이 즐겨 쓰는 일상용어입니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쓰-벌Nom’ ‘G새끼’ 등도 일상용어 처럼 쓰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은 작은 실수에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습니다.


얼마 전, 아들놈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빌리지 내 좁은 도로를 지나던 중 경미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인도를 놔두고 도로를 걷는 부부를 보고 왼쪽으로 바짝 붙어 지난다는 것이

그만 사이드 미러로 필리피노 아줌마를 스치고 말았습니다.


창문을 통해 보니까 아주머니가 괜찮다며 가라는 손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다고 본체만체 하고 가기는 그랬습니다.

더군다나 충청도 양반골 출신인데-.

창문을 내리고 ‘아엠 쏘리. 아 유 오케이’하고 소리쳤습니다.

‘잇쯔 오케이 잇쯔 오케이’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금세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또 들립니다. ‘웨 � 웨 �’

그러더니 한국 사람이냐고 묻습니다. 그렇다고 했더니

차를 세워 놓고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기 시작합니다.


이건 또 뭔 시츄에이션인가 싶어 잠시 기다리고 있는데,

이 인간 한다는 말이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진찰을 받아야 한답니다.

당사자인 마눌은 괜찮다는데, 이 남편이 지랄염병을 하고 나서는 겁니다.

사이드 미러에 살짝 스친 것 뿐인데, 그렇다고 골목에서 속도를 낸 것도 아니고-.

이건 다칠래야 다칠수도 없는 상황인데,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입니다.


이날 ‘아엠 쏘리’한 번 했다가 결국 병원 응급실에 약국으로-

이 부부 태우고 다니면서 ‘생쑈’했습니다.

어디 이 뿐입니다. 전화로 가드 불러대지딸 불러대지-.

모두들 눈이 휘둥그래 져서 오는데,

와 나도 내 ‘나와바리?’ 식구들 다 불러내고 싶었습니다. 


필리핀서는 ‘아엠 쏘리’이거 함부로 쓸 일 아니라는 거, 이날 실감했습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아엠 쏘리’ 이말 쓰지 않을 겁니다.

그냥 한국말로 ‘미안혀유’하고 말랍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