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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필리피노 강도야 고맙다-

by 고향사람 2008. 8. 16.

한 지인(知人)의 이야기입니다.

급한 볼일로 트라이 시클을 타고 필리핀 재래시장을 지나게 됐다고 합니다.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는 대표적인 장소가 시장통인지라

트라이 시클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지인은 약속 시간이 좀 늦을 것 같아 전화기를 빼들고 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목이 서늘해 지더라는 겁니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게 큰 일이다 싶었는데,

목에 칼을 들이 댄 강도는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이 귀에 대고 통화중인

전화기를 내 놓으라면서 검지 손가락을 ‘까딱까딱’ 거리더랍니다.


이 지인은 통화 종료 버튼도 누르지 못한 채

그대로 전화기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대낮에, 그것도 사람들이 물건보다 더 많은 시장통에서-.

이 지인은 통화 중에 전화를 빼앗아 가는 담 큰 강도를 만나고 나서부터

한 동안 바깥출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공황상태’에 빠졌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강도가 고마워지기 시작하더라는 겁니다.

이 날 빼앗긴 것은 낡은 전화기뿐이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칼을 들이 댔던 목도 무사했고,

더군다나 손가방과 바지 뒷주머니에 있던 지갑속에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 있었는데

한 푼도 빼앗아 가지 않아서 랍니다.


이 후 생기를 되찾은 이 지인 왈, 자신도 모르게 ‘강도야 고맙다’고 했답니다.

하지만 필카페에도 가끔씩 올라오는 글 중에는 귀걸이를 채가 상처를 입고,

목걸이를 빼앗겼다는 있을 수 없는 사건들을 접하면서

이 나라에서 조심은 백번 강조해도 남음이 없을 것 같습니다.

머리 나쁘고, 계산 못하는 강도만나 ‘고맙다’고 하는 것 보다는,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안전행보가 필요할 때입니다.


그나저나 그 바보 같은 강도는 그 전화기 어디다 쓰고 있는지 몰라.

한국서 ‘로밍’해온 전화기라는데 말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