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세식’ 변솟간이 있던 시절-.
울 큰아버님, 난생 처음 서울 나들이로 아들 집에 머무는데
다른 건 다 좋아 ‘호야 호야’ 하셨는데 화장실만 들어갔다 나오면
다리가 후둘거려 혼나셨다고-.
처음에는 나이탓이려니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평생 좌변기를 사용한 적이 없으셨던 울 큰아버지-.
화장실이라고 해서 두 다리 걸칠 ‘널빤지’가 놓여 있을 줄 알았는데,
웬 물 고인 의자?만 덜렁 있어 고민 끝에 ‘서울놈들은 참 별나다’며
그 위에 올라가 쪼그려 변을 보았다는 것.
좁은 테두리에 발 올려 놓고 변을 보려면
천하장사도 다리가 후둘거릴 것은 당연지사.
이 날 이후 ‘서울놈 들은 별난 놈들’이라고 하시며
다시는 서울에 안 가셨던 울 큰아버지-.
필리핀에 와서 처음으로 공중 화장실에 갔다가 울 큰아버지 생각이 떠 올랐습니다.
‘필리피노들도 참 별나구나’하면서 말입니다.
왜냐면 화장실마다 변기 뚜껑이 없는 겁니다.
‘훔쳐갈게 없어 변기 뚜껑을 다 가져가냐. 똥보다 더 더런놈들-’
화장실에 들를 때마다 이 소릴 해 댔었습니다.
앙증맞은??? 내 엉덩이는 변기 뚜껑이 없으면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극장이나 쇼핑몰에 있는 변기뚜껑도 다 훔쳐가 버렸다는 겁니다.
이럴수가 있나 싶어 심도 있게 알아 봤더니 이 나라 화장실에는
거개가 변기 뚜껑이 없다는 겁니다. 참 별난 인종들 다 봤습니다.
이젠 요령도 터득해 두 발로 올라서서 변을 보지 않을 만큼 됐습니다만,
그 때마다 울 큰아버지 생각이 나는 것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요즘은 뚜껑달린 변기가 많이 보급되고 있는 추세 갔습니다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변기뚜껑 없이 볼일 보라고 그럽니까.
그러다가 변기에 엉덩이 빠뜨리면 누가 책임지려고-
암튼 초보자들은 조심하십시오.
‘내 똥으로 내 엉덩이 덧칠하기 싫다’면 말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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