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생이 겪은 실화 였었다죠.
일요일 기숙사에서 몰래 오징어를 구었는데-.
외국인 친구들이 구내에서 송장 썩는 냄새가 난다고 난리질 피다,
방마다 시체를 찾는 다고 더 난리를 폈었다는.
어제는 아끼던 청국장 좀 끓이라고 했습니다.
무더위 탓인지 달아 난 입맛이 입추(立秋)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서
특별식 좀 먹자고 그랬습니다.
집사람이 헬퍼와 함께 작업에 들어갔나 봅니다.
구수한 냄새가 2층 내 방까지 올라오는 게 그 신호탄이었습니다.
뱃속에서 더 먼저 야단입니다.
기다리다 못해 국물이라도 몇 수저 뜨고 싶어 슬쩍 주방으로 가 봤습니다.
그 때 마누라가 숭숭 썬 두부를 청국장에 집어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헬퍼의 표정이 가관이었습니다.
집사람 몰래 코를 틀어막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면서
얼른 손을 떼는 것이었습니다. ㅋㅋㅋ
‘그려 말 안 해도 안다. 송장 썩는 냄새라고 말하고픈 거지-’
한국에서 가장 적응 안 되는 지독한 냄새가 청국장 끓이는 것과
메주 뜨는 냄새라는 걸, 아는 외국인은 다 안다구.
‘여기에다 비하면 김치 마늘 냄새는 향기지 뭐 ㅎㅎㅎ’
잠시 뒤 식탁에 둘러 앉아 냠냠짭짭 홀짝 거리며 청국장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헬퍼 ‘사람들도 아니지’ 싶어 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허기를 채우고 나서 헬퍼를 불렀습니다.
그리곤 작은 공기에 청국장을 한 국자 덜어서 먹어 보라고 했습니다.
‘냄새나는 두리안, 나도 잘 먹듯이 너도 맛을 보면 달라질 거다’ 하면서 말입니다.
처음엔 독약이라도 마시는 표정으로 억지로 한 수저 입에 가져간 우리 헬퍼.
근디 순간 인상이 ‘화-악’ 퍼집니다.
이어 ‘마샤랍-’소리까지 튀어 나옵니다.
‘거봐. 고거이 코리안 맛이랑께’
이젠 청국장보고 송장 썩는 냄새나는 음식이라고는 안할 것 같습니다.
그 맛이 천국 맛이 었을테니까 말입니다. 그나저나 우리도 귀한건데,
헬퍼까지 이 맛을 알고 나면 남는 게 없을 텐데-.
아서라 뉘라도 끓여만 놔라, 난 수저들고 달려들면 그만이니까.
오늘 청국장 맛 정말 죽음이었습니다.
필리핀서 땀 뻘뻘 흘리며 먹어서 더 그랬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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