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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써얼(Sir) 씨팔노마-'

by 고향사람 2008. 8. 7.
 

  '써얼(Sir) 씨팔노마-' 

 

필리핀에 와서 알게 된 미세스 송 가족.

충청도가 고향이라 ‘동향인’을 내세워 더 가깝게 지내다 보니

서로의 집안 이야기도 허물없이 하고 지내는 사이가 됐습니다.

어디 집안 일 뿐입니까.

‘픽업’해 줄 일 있으면 만사 제쳐놓고라도 우리 일부터 해주는 ‘의리파’ 아줌마가 됐습니다.


하지만 마음 곱기가 봄 바람 쐰 비단치마 같은데 비해, 부부 사이는 매일 ‘봄 날’은 아닌 듯싶습니다.

우리 집 마냥으로 가끔씩 최선?을 다해 부부싸움을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송 아줌마가 ‘차라리 웬수하고 사는 게 낫지’ 하며 전화를 했을 땐,

영낙 없이 조상까지 들먹이며 한 바탕 부부싸움한 날입니다.


한 번은 주차장에서 미세스 송이 남편과 대판 싸웠답니다. 그런데 싸움장소가 그런지라

남편을 버리고 혼자 올수도 없어 대신 필리피노를 기사를 시켜 분풀이를 했답니다.

‘남편이 오걸랑 무조건 큰소리로 이 말을 꼭 해야 한다’고 일렀다는 겁니다.

그게 바로 ‘써얼(Sir) 씨팔노마’


영문도 모르고 따라하며 이게 무슨 뜻이냐고 반문하는 필리피노 기사에게

한국에서는 어지간한 사이에서는 잘 불러주지 않을 만큼의 최고 경칭이라는 설명까지 붙여주자

이 말을 명심한 기사. 뒤 늦게 씩씩거리며 자동차 뒷좌석으로 올라타는 남편을 향해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외쳐 댔답니다.

‘써얼(Sir). 씨팔노마-’


이 소리를 들은 남편,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듯,

입만 ‘헤-’ 벌리고 있다가 금세 얼굴이 샛노래지는 폼이

송 아줌마가 보기에는 압권이었답니다.

‘이거이 미칫나’

그러쟎아도 화가 잔뜩 나 있던 남편인지라, 한국말로 소리질러 대는데

운전기사는 남편이 너무 좋아서 그러는 줄 알고 더 큰소리로

다시 한 번 리- 바- 이- 벌-.

‘써-얼(Sir). 씨팔노마-’


그 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린 미세스 송을 보면서

대략 눈치를 채 버린 남편.

그만 어이없다는 듯이 같이 웃는 통에 부부가 다시 화해를 하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송 아줌마 남편이 필리핀 기사에게 ‘그건 욕’이라고

아무리 다시 가르쳐 줘도 사람들 많은 데만 가면 이 인간이

나름대론 최고의 경칭을 쓴답시고

‘썰 시팔노마-’ 소리를 외치는 덕에 미치고 환장하겠다는 겁니다.


ㅋㅋㅋ

이 말을 들은 우리 집 마누라.

'이번 기회에 우리 기사에게도 그 말을 가르쳐줘 말아'

은근히 나를 협박하고 난리 부르스입니다.


어느 날, 우리 기사가 나를 향해 ‘써얼-시팔노마’하고 나서면 그 땐 어찌해야 할지

벌써 대략난감입니다. 뭔 방법 좀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