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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쌀아-. 넌 어쩌자구 그리도 꼿꼿하냐

by 고향사람 2008. 7. 9.

필리핀 파트너가 사다 놓은 쌀은 아무리 달래고 성질을 부려도 늘 꼿꼿하기만 합니다. 밥솥에 물을 잔뜩 붙고 밥을 해 봐도 그 쌀은 여전히 꼿꼿한게 입 안에서 겉돌기만 합니다. 뭔 자존심이 강한 건지, 아님 밥을 잘 못해선지 그 꼿꼿함을 재울 수가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밥을 하고 나서 냄비에 옮겨 다시 끓여 봤지만 별반 달라지지 않습니다. 와 지독하네-


압력 밥솥에 안 들어 가봐서 이 쌀이 더 기고만장하는지도 모릅니다. 밥맛도 별로 인 것이 항상 꼿꼿하기만 하니 입맛이 살아나질 않습니다. 젓가락으로는 도저히 떠 먹을 수 없고, 수저로 퍼 먹어도 반은 다시 밥사발로 떨어져 나갑니다. 그래서 매일 물에 다시 한번 익사 시켜 먹는데, 종일 놔둬도 어케 된 건지 불지도 않습니다.


장고(長考) 끝에 한 가지 꾀를 냈습니다. 제 아무리 밥솥에서 조차 늘 꼿꼿한 쌀이라지만 찹쌀과 궁합을 맞추면 풀이 죽을 것 같았습니다. 생각 난 김에 싸전에 가서 찹쌀을 사기로 했습니다. 정말 쌀 종류도 많았습니다. 많은 가게 중 인상 좋은 아저씨 쌀을 사기로 했습니다. 꼿꼿함에 질렸기에 부드러운 사람을 찾게 된 것입니다. 헌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찹쌀을 영어로 뭐라하지-


순간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머리는 울고 있었습니다. 이 걸 어쩌나. 전자사전이라도 들고 왔어야 하는 건데-. 그 때 생각난 것이 찹쌀은 끈기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옳다 그거야. 스티키 라이스’

스티키가 끈끈하다는 뜻이니까.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스티키 라이스를 연발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답변은 ‘오케이’가 아니라 ‘홧 홧’ 이었습니다. 어유 돌 대가리들만 모였나 그 것도 몰라 그러다가 내가 직접 찾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찹쌀 같은 쌀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몇 군데를 돌아 다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빈손으로 집에 와서 사전을 찾아보니 찹쌀은 ‘glutinous rice’ 였습니다. 이런 단어까지 내가 어찌압니까. 그냥 끈적끈적한 쌀로 주면되는 것을-. 암튼 이 글자 손바닥에 잘 적어 놨으니 낼은 분명 찹쌀을 살 수 있을 겁니다. 근디 시부어나 일롱어로 말해야 한다면 어쩌지요.


밥솥에서 조차 꼿꼿한 필리핀 쌀 때문에 별짓 다 하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