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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필리핀 밤이 무서운 이유

by 고향사람 2008. 4. 22.

얼마 전 일입니다.

 

깊은 밤, 곤히 잠을 자던 중 나도 모르게 잠을 깼습니다.
아니 머리끝이 설 만큼 잔뜩 긴장해 잠이 깬 것이 맞습니다.
왼쪽 귀에 뭔가가 들어가서 안쪽 깊숙이 파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잘못하다가는 고막까지 뚫어지는 것 아닌지 덜컥 겁이 났습니다.

순간 온 몸이 얼어붙는 듯 했습니다.

 

가만히 상황을 보니 하루살이 처럼 작은 날벌래가 귀에 들어 간 것 같았습니다.
그 좁은 귓구멍에서 날개짓까지 하려는 감각이 잡혀서 그리 생각했습니다.
이 때 귀를 파내려고 하면 벌레는 더 깊숙이 들어가기 때문에 위험이 배가 됩니다.
이 위기를 어쩌나 하고 있는데 다행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
책에서 읽었던 내용입니다.
벌레는 빛을 따라 움직인다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가로등 불빛이 들어오는 창을 향해 귀를 돌렸습니다.
불을 켤 시간이 없을 정도로 긴박했기 때문입니다.
얼마를 그렇게 하고 있다 벌레가 기어 나오는 움직임이 감지 됐습니다.
그리곤 잠시 뒤, 귓속에 있던 벌레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귓속에 간지럼증이 남아 있었지만 그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었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자다말고 큰 봉변을 당할뻔 했습니다.
그 벌래도 그렇지. 어쩜 귓구멍에 들어갈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날 너무 엉뚱한 일을 당하고 나니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그러자 별별 궁상이 다 떠 올랐습니다.

 

코끼리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쥐라더니-
하루살이 보다 더 작은 벌레 한 마리 때문에
바짝 긴장했던 순간이 머쓱해지기도 했습니다.

필리핀 밤이 무서운 이유,
이제는 아셨는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