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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새 PC방에 시계를 안 거는 이유는

by 고향사람 2008. 7. 15.
 

민다나오에서 사업을 하는 아우가 이번엔 카가얀 시티 중심가에 피시방을 냈습니다.컴퓨터와 의자, 냉방기까지 다 한국에서 거져 온 최신식 기자재들로 꾸민 이 피시방은 개업 전부터 이 일대 청소년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공사 할 때부터 개업 날짜가 언제냐고 묻는 이들이 적지 않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20.1인치의 대형 모니터와 잔뜩? 업그레이드 시켜온 컴퓨터는 그 성능이 이 일대 어느 피시방 것과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의자 역시 이 나라 대통령이나 앉아 보았을(뻥이 센가??) 정도로 안락한 최고급 한국산이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의자에만 한 시간 앉아 있다가도 본전은 뽑을 거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업을 하고 나서도 벽에 시계가 걸리지를 않는 겁니다. 분명 동그란 벽시계를 사다 놓았는데 말입니다.(이건 한국거 아님) 그래서 좋은 위치를 잡아 직접 시계를 걸기로 하고 못을 칠려고 하는데, 이곳 매니저가 달려 오더니 극구 말리는 것입니다. ‘짜슥 그래도 어른이 몸소 할려고 하니 지가 나서는 가 보군’


하지만 그 입에서 나온 말은 엉뚱했습니다. 시계를 걸면 큰일 난다는 겁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막 짜증이 날려는 참인데, 녀석이 설명을 해 댑니다. 시계가 걸려 있으면 손님들이 자꾸 그 시계를 들여다 보면서 시간 체크를 하기 때문에 영업에 상당한 지장이 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시간을 잊고 컴퓨터에 푹 빠져 있게 할려면 절대로 시계를 걸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 시계가 없고, 창문이 없는 원리와 똑 같았습니다. 일단 쇼핑을 온 사람들은 시간을 잊고 쇼핑만하게 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백화점 벽에 시계가 걸려 있으면 시간을 계산하게 되고, 창문이 나 있으면 밖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끼게 돼 서둘러 나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시계와 창이 없는 백화점에서 지갑이 텅 비도록 쇼핑만 하게 만들자는 속셈이 숨어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피시방도 그 원리가 통한다니-. 참 기구절창 할 노릇입니다. 꼭 마귀가 천국을 향한 우리의 발길을 막기 위해 세상에 펼쳐 놓은 온갖 유흥점들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하늘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도록 하는 게 꼭 사 놓은 시계도 달지 못하게 하는 피시방 영업 원리와도 같으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