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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박스’ 기다렸더니 ‘팩스’가 -

by 고향사람 2008. 7. 11.
 

오전 11시쯤일까요.

함께 일하는 필리피노 파트너가 ‘박스’가 올 거니까 기다렸다가 받으라는 겁니다.

그리고 나서 자기는 물건 살 것이 있다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어서 박스를 기다렸습니다.

한국에서 소포라도 오는 건지, 아님 물건 배달한 것이 있는지-.

암튼 기다렸다 받아 놓으면 그만이었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고 점심시간도 넘었는데, 박스 소식이 없는 겁니다.

그러고도 한 시간이 더 지날즈음 카운터 옆에 있던 ‘팩스’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용지를 �어 내고 있었습니다.

팩스가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 머리를 스치는 단어 ‘박스=팩스’

박스가 아니라 팩스를 받아 놓으라고 하고 나간 게 틀림없어 보입니다.

‘팩스’를 ‘박스’로 잘 못 알아들은 나 인지

‘팩스’를 ‘박스’로 잘 못 말한 녀석인지- ㅋㅋ

암튼 오늘은 점심도 굶어 가면서 열심히 ‘박스’를 기다리다 그만 허탈해진 하루였습니다. 아직도 ‘박스’와 ‘팩스’가 같이 들리는 귀를 탓하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아니 팩스가 오면 지가 어디로 도망가니-. 외출했다가 들어와 확인하면 되는 걸, 그걸 대기하고 있으라고’

가만 생각해 보니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박스’라면 받는 사람이 있어야겠지만, ‘팩스’야 자동으로 인쇄돼 나오는 걸, 그걸 지켜볼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박스 기다리다 팩스 받고-.

화가나 죽을 판인데, ‘팩스 받았어요’ 하고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파트너를 보며 더 열만 받고-

아무래도 오늘은 일진이 점심 굶어야 하는 날이었나 봅니다.

반면 이젠 ‘박스’ 소리만 나오면 ‘팩스’부터 확인하는 좋은?? 버릇도 생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