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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개 값이나 나갈랑가-

by 고향사람 2007. 9. 13.


오늘 아침 출근하다 보니 골목길 전봇대를 비롯해
어린이 놀이터에까지 전단지(광고지)가 잔뜩 붙어 있었습니다.
언뜻 보니 개를 찾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반려동물인 개도 이젠 한 식구로 인식이 돼 있는 만큼
잃어버린 개를 찾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가끔씩 나붙는 전단지 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내 눈길을 멈추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사례비 50만원 이었습니다.
길 잃은 자식이나 부모를 찾는 것도 아니고 단지 개를 찾는데
50만원의 사례금이 걸려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개인가 궁금해 바짝 다가가서 나머지 글을 다 읽어 보았습니다.

‘우리 강아지를 찾습니다.
사례금 50만원
견종 - 요크셔테리어. 무게 1.2킬로그램
성별 - 암컷. 나이 - 여섯 살
잃어버린 장소 - 집 앞
개를 보셨거나 보호하시고 계신 분은 연락바랍니다
전화번호 - 00000

값비싼 견종이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만,
달동네? 수준을 좀 벗어난 골목에서 개를 찾는데 50만원의 사례금을 걸어 놓은 이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고액을 사례금으로 내 놓은 것을 보면 어떤 깊은 사연도 있겠다 싶어지지만
사글세방을 전전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이 동네서 사방 전봇대에 개 사진을 걸어 놓고
개를 찾는 모양새가 안탑깝기 보다는 씁쓸한 마음이 더 컷습니다.

아무리 돈이면 개도 ‘멍첨지’ 소리를 듣는 세상이라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더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론 생뚱맞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가 나이 더 먹고, 거기에다 치매까지 있어 집을 잃어버리고 길을 헤맬 때
과연 내 몸값은 얼마로 메겨져 전봇대라도 붙어 있을 런지 하고 말입니다.
‘저 개 값만이나 할런가’
그러면서 다시 전단지를 쳐다보니 그 개는 컬러 사진까지 붙어했습니다.
개 같은 세상- ㅋㅋㅋ
아마, 나만 그런 푸념을 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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