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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운전교습, 이혼연습

by 고향사람 2007. 7. 25.
 

내 마누라-

여고 때, 체력장 1백미터 달리기에서 소아마비 친구에게 질 정도로 운동신경이 젬병입니다.

이 같은 일급비밀을 처제로부터 듣곤 어찌 그럴 수가 있나 싶어

하루는 유심히 아내 얼굴을 쳐다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게 결혼생활에 ‘뭔 상관이야’ 하는 심정으로 그냥 허허 웃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10여년 살던 어느 날,

아내가 나 몰래 운전면허증을 따와선 탁자 위에 올려놓더니

주행연습은 남편인 나보고 책임지라는 것입니다.

어쨌든 운전면허를 따온 것이 신통방통해서 '그러마' 하고 혼쾌히 대답했습니다.


그날 밤,

새로 뺀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내 애마 뉴 이에프 소나타를 끌고

인근 공터로 나갔습니다. 그리곤 아내에게 운전석을 양보하고 나는 조수석으로 옮겼습니다.

운전대를 잡은 아내는 자신의 면허는 오토도 아닌 수동면허라며 자신 있게 액셀을 밟았습니다.

염려했던 거 보다는 핸들링도 부드러웠고 코너링도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대로로 나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속으론 좀 캥겼지만 그래도 설마하는 마음으로 골목을 빠져 나가게 했습니다.

연립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라 경험자도 힘든 코스인데 아내는 숙련된 운전자인양

스무스하게 빠져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제법인데 하고 있는 차, 이번엔 미장원 골목을 지나치는데

그만 ‘우지지찍-’ 하는 파열음이 들렸습니다.

그세 미장원 입간판을 쓰러뜨려 작살을 내 놨습니다.


급히 문을 열고 나가 미장원 아가씨에게 허리 숙여 사죄를 했습니다.

새로 입간판을 해 주기로 하고 겨우 수습했습니다.

그리곤 차를 돌려 골목을 빠져 나오는데, 아직 놀란 가슴 진정도 하기 전에

이번엔 연립주택 담벼락에 앞 범퍼를 작살내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시 후다닥 내려 보니 오른쪽 범퍼가 벌렁벌렁하고 있는데, 내 심장 뛰는 것 보다 더 했습니다.

‘아니 아직 뒷좌석 비닐도 안 떼낸 찬데 이를 워쩌냐’


내 긴 한숨이 독약이 됐는지 아내는 운전석대에 고개만 쳐 박고 아무소리 않고 있습니다. 
그 자리서 운전대를 뺏어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곤 집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뒤 따라 들어오는 아내를 쳐다보는 순간 갑자기 여고 때 달리기에서 소아마비

한테도 졌다는 처제의 고자질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려 운동신경이라고는 약에다 쓸래도 없는 여편네가 뭔 운전을 한답시고-’

아내도 사고 때는 입 다물고 있더니 내 입에서 거친 소리가 계속 나오자

그만 뚜껑?이 열려 버렸습니다.

‘뭐시라-. 운전하는 거 하고 담박질 하는 게 뭔 상관이여. 당신은 초보 때 차 다 긁어 놨었쟎여. 
깨구락지 올창이적 생각은 안허구 시리-’


아내도 지지 않았습니다.

‘뭘 잘했다고 지랄은 지랄여, 그 넓은 길 놔두고 왜 남의 간판은 박살내. 그게 40만원짜리라쟎여. 
이 여편네야 당신이 그 값물어줘’

나 역시 목에 핏대가 서도록 소리쳤습니다.  

이날 아내는 한 참을 펑펑 울었습니다.

그리곤 나하곤 더 이상 못살겠다며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자기보다 차를 더 좋아하는 인간하고는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확실히 기억나진 않지만 그날 밤새 빌다시피 해서 아내를 달래 겨우 이혼만은 면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님들. 마누라 운전교습, 그거 이혼연습이란 거 확인하고 싶거든 오늘 당장 차 끌고 나가 보십시오.

아마 내 말 실감할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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