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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하이 패스 & 하이 스톱

by 고향사람 2007. 8. 29.
 


'여기 사람 없드래요-'

남의 집 대문이나 혹은 빈 가게 앞에서 이런 소리 들으면

'사람 찾는가 보다' 하고 말 일이지만 고속도로 요금소 ‘하이 패스’ 게이트 앞서

이 소리 듣고 있자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요 며칠 전, 구리요금소 하이 패스 게이트를 통과하려는 순간

겔로퍼 한 대가 멈춰서더니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러 대는 것이었습니다.

'여기 사람 없드래요. 돈 받는 사람 어디 갔드래요-'

정말 웃어야 할지, 아님 내려서 상황설명을 해 줘야 할지 대략난감 했습니다.

급브레이크를 잡으며 하이패스 게이트 앞에 멈춰 설 때만 해도

'이 인간 미친* 아냐' 하면서 열이 확 받았었는데,

'여기 돈 받는 사람 어디 갔드래요' 하고 소리치는 중년 아저씨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거짓말 처럼 열이 식어 버렸습니다.


순간 웃음이 픽 나오면서 그 아저씨 입장으로 내가 돌아 가 있었습니다.

‘톨비’를 내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차량들 사이로  유독 텅 빈 출구하나가

그 아저씨 눈에 띄었을 테고, 순간 운전대를 꺾으면서 생각하기를

'서울놈들 약은 줄 알았더니 멀쩡하게 비워둔 문은 놔두고 길게 줄서 있는 폼이

미련 곰탱이들 아냐' 했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잽싸게 빈 문(하이 패스 게이트)으로 들어갔더니

정작 요금을 받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갑자기 당황된 이 아저씨 하는 말이 바로 '여기 돈 받는 사람 어디 갔드래요'

한 것이 틀림이 없었을 것입니다.


내 눈앞에 고스란이 드러나 있는 강원 000이란 겔로퍼 번호판이

내 생각이 틀림없음을 증명해 주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아마도 오랫만에 서울이란 곳을 오게 된 이 아저씨,

그동안 하이패스라는 것이 생겨 난 줄을 꿈에도 모르고 있다가

이날 '여기 사람 없드래요' 소리만 연발했던 것 같습니다.


뒤 차들이 계속 빵빵 거리자 엉겹결에 차를 빼내던 그 아저씨.

그 후 일이 궁금해집니다만 아직도 귀에 쟁쟁한 것은 천원짜리 한 장 빼들고

어눌한 목소리로 '여기 사람 없드래요'를 외치던 그 목소립니다.

까짓거 그냥 통과하면 차 주소지로 요금 납부용 통지서가 날라 오는데,

그것도 벌금없이 말입니다.

물론 이 납부서를 무시하면 곧 바로 10배에 해당하는 벌금이 나온다는 거

서울 깍쨍이들은 다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고속으로 통행하는 하이 패스 앞에서 ‘여기 돈 받는 사람 어디 갔드래요’ 하던

그 아저씨가 갑자기 보고픈 것은 각박한 세상 인심사이 세상물정 모르고 살 수 있었음 하는

그런 마음 때문인가 봅니다.


다음엔 나도 한 번 그래보고 싶습니다.

‘여기선 돈 안받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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