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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새 차 & 햇 차

by 고향사람 2007. 7. 5.


차를 좋아하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그게 어디 나 뿐일까요. 모든 남자라면 '마누라는 빌려줘도 차는 안 빌려 준다'고

억지 부릴 만큼 차 사랑이 유별나지요.

그동안 똥차 끌고 다니며 폼 잡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마누라는 내 차만 보면 다음에 꼭 차 바꿔 주겠다는 말을 되풀이 합니다.

벌써 3년째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쉽나요.

매일 공약만 하다 말하는 이나, 듣는 나까지 지쳐 포기한지 오래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정말 좋은 차를 선물 받았습니다.

저녁 때 차를 가지고 집에 들어가 친구한테 꽤 값나가는 신차를

선물 받았다고 전화하니까 아내가 깜짝 놀라는 것입니다.

어떤 친군데 고급차를 선물하냐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사람하곤- 그게 뭐 그리 대수라고. 내가 그 정도도 못 받을 사람야'

하고 말하자 아내는 더 못 믿겠다며 '혹시 여자 친구 아니냐'며

화살을 엉뚱한데로 돌리는 겁니다.

'뭐 여자친구-.여자 친구가 왜 나 한테 차를 선물하냐'

그러자 아니는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

'미쳤지 당신한테 뭘 기대하겠다고 차까지 사준담. 그나저나 당신은 좋것수.

새차가 생겨서-'

'그럼 내가 올 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하나 장만 하려 했었다구.

그걸 친구 놈이 어찌 알았는지-. 마침맞게 차를 사주쟎아'


아내는 자신이 차를 사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인지 아님 묘한 질투의 발동인지

개심도 용심도 아닌 그런 묘한 기분이 드나 봅니다.

차를 보자고 하지도 않고 그냥 당신은 부자 친구둬서 좋겠수 하면서 여전히 비아냥�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주전자에 물을 담아 가스렌지에 올려 놓고 다기를 꺼냈습니다.

내 이런 모습을 보던 아내가 갑자기 자신의 이마를 치면서 박장대소합니다.

처음엔 미친 줄 알았습니다.

평소 전혀 그렇게 웃지 않던 아내인지라 더럭 겁까지 났습니다.

‘여보 갑자기 왜 이래 어디 아파-’

그래도 아내는 웃음을 그치지 않습니다.


가스렌지에 올려 놓은 주전자 물은 펄펄 끓고 식탁에 꺼내 놓은 차는 그대로 인데

마누라만 정신 못 차리고 웃고 있으니 참 분위기 묘해 졌습니다.

'여봇 정신차려-'

내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 나서도 한 참 뒤에야 웃음을 수습한 아내가

콧물 눈물범벅된 얼굴로 띄엄띄엄 말합니다.


‘그 새 차 말야’

그리곤 또 웃음을 참느라 애쓰는 모습입니다.

‘난 그게 자동찬 줄 알았지 뭐야. 이그 내 둔한 머리하곤-’

그러곤 다시 이마를 치면서 난리아닌 난리를 펴대는 것입니다.

나 역시 그 때까지도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있다가 상황파악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질투는 멀쩡한 눈도 멀게 한다더니 당신이 그 꼴이네

개념없는 여편네 하곤-

이날 맛난 햇차를 먹으면서 우린 한 참을 그렇게 웃었답니다.


새 차, 햇 차

정말 헷갈리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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