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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변태'와의 한 판

by 고향사람 2007. 5. 29.

부산 출장이 잦은 우리 사무실 총각 k군.
일요일이었던 어제도 애인을 만나러 부산엘 내려 갔다가
찜질방서 밤을 지새던중 해괴한 일을 당했다면서 아침 출근부터 호들갑을 떨어 댑니다.

‘밤새 달려 부산에 도착하니까 새벽 1시가 됐지 뭡니까
그래서 찜질방에 가 대충 샤워하고 잠을 청할 참이었는데
별 이상한 놈 때문에 한 잠도 못자고 말았다니까요’

이 친구 꼭 이쯤해서는 더 이상 말을 안 하고 버티는 습관이 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러면 성질 급한 내가 참다못해 다그칩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건데, 결론을 말해야 할 거 아냐’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을 잇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참 더러운 버릇입니다.

‘아 글쎄 샤워할려구 옷을 벗는데 마침 뒤에 한 사람이 쭈구리고 앉아 있는 겁니다.
그런가보다 하고 윗옷을 벗고 아래런닝셔츠(?) 까지 내리는데 이 친구가
휴대전화로 내 누드를 찍고 있는 게 아닙니까.
깜짝 놀라 후다닥 달려가서 뺏어 확인해 보니 나 말구도
여나무명의 빨까벗은 몸이 찍혀 있는 겁니다.
사내새끼가 같은 동족? 그것도 올 누드를 찍어 뭣에 쓰려는지-
하도 황당하고 어이없어 하는데 이 친구가 전화기를 낚아채듯 뺏어가지고는
사물함 뒤로 도망가는 거예요. 빨가벗은 몸으로 거시기 덜렁대며 쫒아 갈수도 없고 해서
주인장을 소리쳐 불렀죠. 저 변태새끼 잡으라고요‘

‘지놈도 팬티만 입고 있던 터라 멀리 도망도 못가고
그 사이 주인장은 손 빠르게 경찰서에 신고를 해서 얼마 뒤 찾아 온
112순찰차에 실려 갔지 뭡니까. 아 세상에 참 별 변태같은 새끼가 다 있지 뭡니까
지금 생각해도 영 찝찝해서-‘

오늘 아침 이 소리를 들은 우리 직원들은 하나 같이 그 자식은 변태에다
정신병자가 틀림없다고 이 친구의 말에 동조했습니다.
그리곤 ‘토’를 달았습니다.
‘정신병자 아니고서야 아랫배 나오고 짜리몽땅한 네 누드를 찍어 댈 놈이
이 세상에 또 있겠냐‘고 말입니다.

남의 옘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고 했던가요
심각하게 말하는 이 친구에게 위로는 못해줄 망정, 쪽박까지 깨버린 오늘 아침-
어쨌든 웃으면서 일을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만
우린 언제나 조심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교훈하나 인생살이에 하나 더 얹졌습니다.

우리가 남모르게 행동한 모든 것들을
어떤 이가 몰래 카메라로 찍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
아마도 쉽게 빠져들지 않을지 모릅니다.

내 등 뒤에는 '하나님'도 계시지만
'악귀'도 따라 다닌다는 거 한 번 더 기억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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