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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쟁기질

by 고향사람 2007. 5. 14.

  

지난 일요일엔 고향집 텃밭을 갈고 왔습니다.
소위 쟁기질을 하고 온 셈입니다.
경운기 트레일러를 떼 놓고 거가에 쟁기를 단 뒤
겨우내 빈 터로 남아 잡풀만 무성한 텃밭을 쟁기질해
고랑과 이랑을 잔뜩 만들어 놓았습니다.

서투른 솜씨로 경운기를 조작하는 일도 힘들었지만
반듯하게 이랑과 고랑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더 힘이 들었습니다.
얼굴에는 진땀이 나고 양 손은 물집이 잡힐 만큼 용을 써 댔지만
생각했던 것 마냥으로 밭 모양새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과거 아버님은 암소에 멍에를 걸고 쟁기를 끌게 했는데
그 깊이나 모양새가 얼마나 일정했는지
먼발치서 지켜보면서도 참 신기할 정도 였었습니다.
말 못하는 짐승과 교감하면서 만들어 낸 이랑과 고랑은
그야말로 예술품 같았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기계로 하는 일인데도 이랑은 꾸불거리고
깊이도 들쭉날쭉해 곡식 붙여 먹기도 힘들게 돼 버렸습니다.
농부의 자식이지만 무늬만 그렇다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실감했습니다.
아직도 뻐근한 근육통과 함께 말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들의 외모와 성격이 다르듯이
받은 달란트도 각양각색임을 알게 됩니다.
농부와 학자가 할 일이 따로 있듯이 그 가는 길 또한 다릅니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농부나 학자나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잠시 농부로 돌아가 밭을 갈아엎으면서
내 마음도 이렇게 갈아엎어 새 마음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님을 잘 압니다.

하나님께 내 모든 것을 맡기고 그 분과 동행하면
그것이 바로 내 마음을 갈아엎는 행위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세상 죄악 가운데 살다가 굳어져 버리고 망가져 버린
이 내 마음을 묵은 밭 갈아엎듯이 쟁기질을 하고  
주님이 주신 새 마음으로 새 인생을 살아가면 나는 분명 참사람이 될 것입니다.

쟁기질-
이젠 우리 마음에 사랑의 쟁기를 댈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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