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이야기

못자리 하고 왔습니다

by 고향사람 2007. 4. 28.
농사꾼은 못자리를 일러 반농사라고 합니다.
무논에 모내기를 하기 위해서는 좋은 모를 길러야 하는데,
그 기본이 되는 못자리를 실패하면 그 해 농사는 폐농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일요일 고향에 가서 못자리를 하고 왔습니다.
우리집 못자리는 씻나락을 담그면서 모판에 흙을 넣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볍씨에 싹이 트면 이를 모판에 뿌리고 고운 흙으로 덮어 비닐 하우스 한켠에
잘 쌓아 놓습니다. 사나흘 지나면 싹이 흙을 뚫고 나오는데 이 때 쌓아 놓은 모판을
하우스 전체에 늘어 놓고 물을 주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20일 정도 키우고 나면 무논에 내다 심을 수 있는 모가 되는 것입니다.

전에는 무논 한켠을 갈아 엎고 그곳에 물을 댄 다음
쟁기질과 써래질을 번갈아 하면서 못자리 판을 만들고
그곳에 모판을 넣고 비닐하우스를 치는 고된 일을 했었는데
지금은 밭에 비닐 하우스 한 동을 만들어 놓고 그곳에서 모를 기를 다음
경운기로 논까지 운반해서 이앙기로 모내기를 합니다.

덕분에 일손도 많이 줄었을 뿐만 아니라
무논에 들어가서 흙탕물을 튀기고 손이 시려 고생하는 일은 없어 졌습니다.
아직 일부에서는 그렇게 농사를 시작하기도 하지만
아예 모 재배 공장에서 모판을 사다가 농사 짓는 이들도 있습니다.
구두신고 농사짓는 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셈이 된 것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와서 품앗이로 일을 도와 주는 바람에
우리집 못자리는 서너시간 만에 끝이 났습니다.
점심 먹고 나서는 시간이 남아 근처로 놀러도 다녀왔습니다.
고향이 시골 농사집이라 농사철만 되면 휴일 반납하고 사는 편이지만
일하는 것도 새삼 즐겁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을이면 수확하는 재미와 그로 인한 수입도 쏠쏠해 더욱 그렇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덥고 태풍도 많이 올 것 같다는 예보가 있어
걱정도 되지만 지난해 처럼 주님께서 도와 주시고 보호해 주실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마음은 벌써 풍년 잔치를 벌이고 있답니다.
가능한 한 농약도 치지 않고 화학비료도 적게 내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싶은데, 아마도 소원대로 될 것 같습니다.

좋은 계절과 농사일을 주신 주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과 도둑고양이"  (0) 2007.05.08
'성깔' 부리는 네비게이션  (0) 2007.04.30
'흥부' 자녀가 몇명인지 아세요  (0) 2007.04.25
선물  (0) 2007.04.20
"사진(?) 참 잘나왔네요 ㅋ"  (0) 2007.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