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네비게이션이 두 대 있습니다.
하나는 후배가 새것을 사면서 쓰던 것을 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무실 공용입니다.
후배가 준 것은 내 차에 장착해 사용하고 있는데
크기가 작은 4인치용이고, 사무실 것은 그보다 큰 7인치짜리입니다.
그런데 두 대를 교대로 사용하면서 네비게이션도 성깔 있는 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 안내하는 방식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가령 사무실용 네비게이션은 화면 크기 만큼이나 안내 방식도 넉넉합니다.
운전자가 목적지를 설정하고 출발해 길을 가다 잘못 들어서면
큰 네비게이션은 그 때마다 길안내를 다시 해 줍니다.
열 번이면 열 번, 백 번이면 백번 말입니다.
‘경로를 재 탐색합니다’
‘경로를 재 탐색합니다’
계속되는 이 목소리를 듣다보면 아무리 기계음이라고는 하나
미안한 마음까지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4인치짜리 내차 네비게이션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목적지를 지나 재 설정을 하지 않고 그대로 켜 놓은 채 운행을 하면
‘네비’는 계속 좌, 우회전이나 유턴을 하라고 재촉합니다.
그래도 계속 직진을 하다보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성깔???이 나온다는 겁니다.
‘이 길로 계속가시겠습니까. 이대로 가면 먼 길로 돌아가야 합니다’
큰 ‘네비’는 열 번이고 백번이고 간에
‘경로를 재 탐색합니다’
소리만 하면서 어떻게든 새 길을 찾으려고 애쓰는 ‘순종파’인 반면
작은 ‘네비’는 불과 몇 번 좌 우회전과 유턴을 무시했다고
당장 ‘이 길로 계속가시겠습니까’하면서 볼멘소리를 넘어 반 협박까지 해 댑니다.
길이나 제대로 가르쳐 주는 놈이라면 또 모릅니다.
가끔씩 엉뚱한 길로 안내해 놓고는 미안하단 소리 한 번 안하는 놈이
제 지시대로 운행을 안 하면 금세 ‘이 길로 가면 먼데로 돌아가는 수가 있습니다’
라며 협박을 해대니 웃음이 절로 납니다.
덕분에 이 ‘네비’를 장착한 내 차를 운전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이 기계와 시비도 자주 붙습니다.
‘냅둬라 내 맘이니께’
말은 그리하면서도 '주객전도'된 느낌이 들어
나도 은근히 성깔이 나옵니다.
여러분이 쓰고 있는 '네비'는 말 잘 듣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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