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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선물

by 고향사람 2007. 4. 20.

성과 이름을 아는데 몇 개월 걸리고
그이 사는 주소는 반년이 넘어 겨우 알게 됐습니다.
책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이라서 계절이 바뀔 때 마다 가슴앓이까지 하는 모양새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닮은꼴을 느끼게 하는 그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한 번도 마주 친 적 없고, 그 생김새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어느 석상에서 갑자기 만나게 되더라도 한 눈에 알아 볼 것 같은 그런 느낌-.
‘안 봐도 비디오 처럼 그려지는’ 까닭에 이상한 확신이 들 정돕니다.

이런 그에게 얼마 전 이 메일로 괜찮은 책 한권 선물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 칠 리 없듯 책 좋아하는 이가
이를 마다할 리가 있을까요. 덕분에 주소를 알게 됐습니다.
강태공의 심정이 ‘마-악’ 이해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만-

선물은 기다리는 맛도 있지만
하루 빨리 받는 맛이 훨씬 좋습니다.
이왕지사 나온 말, 가장 빠른 방법으로 그 책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생각 끝에 택배를 부르려다 더 기막힌 방법을 썼습니다.
우리 사무실 직원이 그 주소지를 잘 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맡기며 오늘 저녁 무슨 일이 있어도 배달돼야 한다고
반 협박을 했습니다.
그것도 우편함에 넣지 말고 직접 전달하라는 부탁과 함께 말입니다.

봉투를 받아 들면서 그 친구 묘한 웃음을 흘립니다.
‘다마스 특별 택배라고 한 뒤 택배비 한 3만원 달랠까요’
내가 눈을 크게 뜨고 두 주먹을 쥐어 보이자 ‘농담입니다’하면서
사무실을 빠져 나갔습니다.

그날 밤 사무실 직원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집에 아무도 안계시다는. 그래서 우유 투입구에 책을 넣고 왔다는-
이튿날 아침 그이로부터도 메일이 왔습니다.
책 잘 받았다는-.
배달 과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인 분명 택배 아저씨가 다녀갔거니
했을 겁니다. 정말 그럴듯하게 선물하나 보낸 셈입니다.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이 더 좋은 선물이라는 거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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