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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스키장에서 생긴 일(1)

by 고향사람 2007. 2. 19.
난생 처음 스키장엘 갔습니다.
그것도 구경이 아닌 스키를 타러 간 것입니다.
반백(半百)이 가까운 나이에 말입니다.

썰매와 스케이트까지는 타 봤지만 스키 타는 것은
TV에서 본 것이 전부인 터라 기대반 두려움반이 교차됐습니다.

홍천 근처에 있는 콘도미늄인 비발디 파크에 방을 예약하고
가는 길에 스키와 스키복을 렌탈하러 장비가게에 들렀습니다.
이곳에서는 스키점주가 차례대로 일행의 키와 몸무게, 발사이즈를 묻고
종이에 적은 다음 그에 맞는 스키와 신을 찾아와 셋팅해 주었습니다.
내 키 175센티, 몸무게 68킬로그램, 발 싸이즈 260센티미터-

잠시 뒤 턱까지 닫는 스키 한 벌과 영화 로보캅에 나오는
장화 같은 구두가 내 앞에 놓였습니다.
신어보고 몇 발자국 떼어보니 걸음이 영낙없는 그 로봇 폼이었습니다.
폴대는 팔을 앞으로 반 접어 수평이 되는 것이 내 사이즈였습니다.

이번엔 스키복을 고르는데 그 모양새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그중 가장 섹시(?)한 것으로 한 벌 골랐습니다. 고글은 생략했고-.
모자와 장갑은 집에 있던 것을 가져가 따로 장만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콘도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무렵, 준비해간 것으로 식사 만들어 먹고
다투듯이 먼저 달려간 곳이 스키장이었습니다.
그곳은 한 겨울임에도 불구,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눈이 넘쳐났고
그 위로 휘황찬란한 조명이 넘실거려 정말 별천지가 따로 없었습니다.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지-.

스키복을 입고 스키구두를 신은 채 뒤뚱뒤뚱 거리며 팽귄 걸음으로
리프트 타는 곳까지는 잘 왔는데, 스키장 슬로프를 보는 순간 그만
발걸음이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저 높은 경사로에서, 그것도 걸어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스키를 타고 내려온다는 게 사람 일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줄을 선채 앞으로 밀려가다 내 의지와 별로 상관없이
리프트 의자에 자동으로 앉아 버리게 됐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스키장 풍경은 정말 가슴 설레게 합니다.
리프트 하강 지점서부터 몸통으로 내려 와버린 나

그런데 스키신고 넘어지면 일어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꼭 뒤집어 진 거북이나 바퀴벌레와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얼마간 버둥거리다 옆사람의 도움으로 간신히 일어나
스타트 지점에 섰는데 한마디로 ‘이건 아니었습니다’.

강습이래야 함께 간 직원이 ‘이렇게 저렇게 해 봐라’는 소리 들은 게 전부였는데,
그 역시 지난해 딱 한번 스키를 타본 왕초보여서 별 도움도 되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기도하는 게 더 나을성 싶어 그저 주님만 찾았습니다.
위기 때만 찾는 그 분 말입니다.

그리곤 죽기 아니면 까물어 치기 심정으로 폴대를 의지하며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녹녹치 않았습니다.
그저 ‘어- 어- 어-’ 하다보면 ‘꽈당’

스키는 어느새 분리돼 저쪽에 나가 떨어져 있고-.
엉금엉금 기어가 주어신고
다시 도전해 보지만 일어나기가 무섭게 또 다시 ‘꽈당-’
2백여미터 남짓한 슬로프를 내려오는데 30분 이상 걸린 것 같습니다.

꼬맹이도 여자도 잘타는 데 나만 스키가 아닌 몸뚱아리로 내려 오다보니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린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