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처음 잡아 본 운전대-.
이날을 잊을 수 없지요.
국가고시인 면허 필기시험을 간신히 통과하고
운전배우기 보다 강사의 잔소리 소화해 내기가 더 힘들었던
암담한 그 기억들.
어디 이 뿐입니까.
총각딱지 떼기보다 왕초보라는 딱지 떼기가 훨씬 힘이 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나름대로 재미 있었던 초보운전 시절입니다.
앞서가는 차 뒷유리에 딱지가 붙어 있으면
지금도 가끔씩 그 때 생각이 나 미소짓게 합니다.
근데 말입니다.
초보스키 타기에 비하면 운전배우기는 '앉아 있는 놈 턱 걷어차기'라는 겁니다.
며칠 전 회사에서 단체로 MT에 갔다가
스키타기로 단합을 꾀한다는 명목으로 비발디 스키장에 올랐는데-.
아-, 아래를 내려다 보니 이건 사람이 내려 갈 곳이 아닌 것 같아 보였습니다.
걸어 가라고 해도 아찔한데, 스키를 타고 미끄러 내려 가야 한다니.
정말 이날 기도 많이 했습니다.
리프트까지 타고 올라 갈 때까지는 휘파람 소리 내며 신나게 잘 갔는데,
막상 강습한번 받지 않고 그대로 활강을 시도하라는데는
그 자리서 오줌 지렸습니다.
이 시간 이 후
스키가 하늘로 향해 있고
내 몸이 스키역할을 한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참 얼마 전에 필리핀 친구 '폴'을 소개한 적이 있쟎습니까.
이 친구도 이날 첫 스키 타기에 도전했는데,
중급 코스까지 올라 갔다가 결국 패트롤 카(스노모빌) 도움을 받아
간신히 내려 왔다는 거 아닙니까.
이날 부상자가 아닌 사람으로 패트롤카를 타고 내려 온 사람은
우리 팀 밖에 없었습니다.
초보운전은 그래도 의자에 앉아 이것저것 조작한다고 하지만
스키는 맨 몸뚱아리로 눈 밭에서 혼자 지랄을 떨어대야 하기 때문에
촛짜는 완전히 '새' 됩니다.
걸핏하면 넘어지고 들이 받고 받치고-
교통사고 이렇게 낫으면 수억 깨졌을 겁니다만,
다행이도 몸으로 때울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됐습니다.
초보운전 하시는 분들
운전이 어렵다고 생각이 들면 우선 스키장 부터 다녀 오시기 바랍니다.
운전 처럼 쉬운게 없다는 생각이 금새 들겁니다.
정말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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