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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새해는 목욕탕 다녀오는 심정으로-

by 고향사람 2006. 12. 31.
 

오늘 아침 일찍 목욕탕엘 다녀왔습니다.

객지에서 살다보니 일요일 아침은 꼭 목욕탕을 다녀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내가 이용하는 목욕탕 주변은 아파트 보다 상가가 많은 탓에

일요일은 참 한산한 편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깜짝 놀랐습니다.

인근 사람들이 다 목욕탕에 모인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웬일인가 싶다가 금방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오늘이 올해 마지막 날이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우리에겐 한 해 마지막 날 때를 벗겨 내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려는 그런 관습이 남아 있나 봅니다.

나쁜 일과 기억하기 싫은 것들도 

때를 밀어 버리듯 다 버리려는 그런 풍습 때문에

목욕탕이 그렇게 붐볐나 봅니다.


나 역시 오늘은 그 많은 사람들 틈에서

살갗이 벌개 지도록 최선을(?) 다해 밀고 또 밀었습니다.

세월 대신 때를 보내려는 듯이 말입니다.

마음속으론 모든 죄악의 찌꺼기까지 다 떨궈 나가길 바랬습니다만-.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사흘 혹은 일주일만에 목욕탕을 찾지만

때가 항상 나온다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사무실에서만 일하고 목욕탕을 가는데도 때는 여전합니다.


또 하나는

비누로 깨끗이 씻은 얼굴만 닦는 수건도 며칠만 쓰면 더러워진다는 것입니다.

깨끗한 것만 쓰는데도 말입니다.

참 알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의 몸이 이럴진데 그 마음이라고 다를까요

아침에 하루 잘 살아 보겠다고 다짐하지만

자기 전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선 보다는

악의 그을음을 더 많이 묻히고 산 걸 느끼게 됩니다.


몸이야

목욕탕에가 이태리 타월로 박박 문질러 닦으면 된다지만

마음은요 ???


오늘 아침 목욕탕을 다녀오면서 다졌던 각오가

새해를 맞는 내 마음이랍니다.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는 세월 막을 수 없다는 거 잘 알기에

새해부턴 목욕탕 다녀오는 그 기분을 잃지 않도록 살겁니다.


여러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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