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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네 이야기

'자동 응답기'

by 고향사람 2006. 7. 10.

 

 "여기는 조이랜드입니다. 자동차 수리 다 됐으니

은행에 대금을  입금 시키면 차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뚜-뚜-뚜.

 "응 나야. 어딜 그렇게 날마다 쏴 다니니. 이번 달 모임은 27일이야.

잊지말고 그 장소로 나와"

  뚜-뚜-뚜.

외출했다 돌아와 전화 자동응답기를 틀면 수다스런 아내 친구들의 목소리와 함께

영낙없이 메모가 돼 있는 자동차 수리비청구 녹음 소리.

1주일 쯤 계속되는 이 소리 때문에 온 집안 식구가 스트레스를 받아 미칠 지경이다.

 
처음에는 전화 번호가 잘못됐거니 했는데 날마다 똑같은 내용이 반복돼 나오니 강산이 녀석까지

"저 사람들 정신이 어떻게 된거 아냐"하며 신경질을 낸다.
  "글쎄 말이다. 우리집에 무슨 자동차가 있어 수리를 맡겼다고 저 야단들인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어떤 집인지 어지간 한가보다. 자동차 수리를 맡겼으면 빨리 찾아 가던지해야지.

저렇게 계속 전화를 하게 하면 어떻게 하나-"

이번엔 아내가 한마디 거든다. 

 그렇게 1주일 쯤 지나자 전화응답기에서 자동차 수리비를 보내라는 메모도 끊겼고

우리도 금방 잊어 별일 없었다는 듯 또 한 주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모 백화점에서 날아온 대금 청구서를 훌터보다가 신경질을 낸다.

"뭐 이래. 애 장난감 고처 달랜지가 언젠데, 여지껏 연락이 없어.

그러면서 돈은 내라고 꼬박꼬박 청구서는 보내지-"

하다가는 뭐가 잘못됐는지 급히 전화를 건다.

"거기 백화점이죠. 그런데 벌써 2주전에 맡긴 우리애 장난감 차 수리를 어떻게 됐어요.

등기 소포로 보내 준다고 해놓고 여지껏 아무소식이 없으면 어떻해요.

애가 그거 기다리다 목 빠지겠어요... 뭐라고요. 그동안 연락을 수차례나 했다고요.

무슨소리예요. 우린 한 번도 연락을 못 받았는데요...

그래요 외출중에는 자동응답기를 켜 놓아요. 거기다 계속 녹음을 해 놓았었다고요"
 

그러면서 송화기를 한 손으로 막은 채 소리지르는 아내.
"맞아요. 바로 그거였어요. 자동응답기에 녹음돼 있던 그 차수리비..."
 

덕분에 강산이는 1주일이나 더 지난 뒤에야 장난감 자동차를 받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