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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네 이야기

컬러 팬티

by 고향사람 2006. 7. 1.

 


 임진왜란때 조선땅을 침략한 왜병들이 온갖 물건들을 약탈해 갔으나

그 용도를 몰라 엉뚱한 곳에 사용한 경우가 많았는데-.

그중 놋쇠 요강을 빼앗아간 왜병은 이것을 어디에다 쓸까 고심하던 중

뚜껑 달린 동그란 모양만 보고 밥통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후일 일본에 갔던 우리나라 사람이 이 같은 진풍경을 보고

"우리 집에서는 이 밥통을 소피통으로 쓰고 있지요" 했다나-.
 
우리집 식구들의 속옷은 대부분 흰색.

여자인 아내만 겉옷 색깔에 마추다 보니 속옷 색상이 다양한 편이지만

강산이와 내 속옷은 1백프로 하얀색 일색이다.

 

오염(?)된 정도를 확인하기 쉽고 삶아 빨 수 있다는 장점,

그리고 보수 경향이 짙은 내 성격에 맞아 흰색 속옷은 우리집 전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컬러 속옷을 한벌씩 사다 내 놓앗다.

소매 없는 런닝셔츠에 보라색 줄무늬 삼각 팬티가 내 최초의 컬러 속옷.

 

상.하의를 합쳐봐도 한 움큼도 안 될만큼 작은 것도 그랬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게 색깔있는 속옷을 입자니 창피하다는 생각을 넘어

아예 꺼림직 하기까지 했다.

 

"이런걸 어떻게 입으라고 내놔, 이젠 장거리도 제대로 못봐오고-".

내가 궁시렁 거리고 있는 사이 강산이 녀석은 어느새 속옷을 갈아입고

껑충껑충 뛰면서 야단법석이다.

 "엄마 엄마 나 이옷 입어도 돼"

혹시나 아빠가 속옷을 갖고 불평을 하고 있는 불똥이 제 옷 입는데 까지 미칠것 같았는지

녀석은 계속 수다를 떤다.
 

"엄마 이 동물은 사자지 그리고 이것은 -.

 

하며 컬러 팬티에 그려져잇는 동물들을 가리키던 녀석이 급기야는

 

"엄마 나 이옷만 입고 나가 놀으면 안돼"하는 바람에

그만 우리 부부는 웃음보를 터트리고 말았다.

"그래 입고 나가 놀아라. 친구들 한테는 엄마가 멋진 외출복을 사줬다고 자랑하고-"
 

내가 빈정대자

"여보 이왕 사온 것이니 한번만 입어봐요. 그리고 맘에 정 안들면 다신 안 사 입으면 되잖아요"

하며 아내가 그래도 생각해서 사왔다는 표정이다.

"그려 잘했어, 강산이가 저렇게 좋아 하는 걸 보면 컬러가 좋긴 좋구먼,

그런데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당신도 속옷과 겉옷 겸용으로

컬러런닝 셔츠와 팬티를 사온것 아닌지 모르겠구만 .

꼭 왜놈들이 우리 놋 요강을 밥통으로 사용했던 것 모양으로 말여"

 

하여튼 이날 이후 우리집 속옷의 90%는 컬러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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