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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네 이야기

알약 한 알 먹는데-

by 고향사람 2006. 6. 14.

물 다섯컵도 모자라  (알약 한알 먹는데-)

 

유난히도 잔병치레가 많았던 탓에 약 먹는 데는 도사(?)가 다 돼 버린 강산이.

덕분에 지금은 쓴약 단약은 물론 가루약까지 군소리 없이 잘 먹는다.
녀석이 씹어 먹는 알약외에 삼키는 캪슐약을 먹기 시작한 것은 다섯 살 2개월이 채 안됐을 때다.
 

이비인후가 모두 고장인 강산이에게는 감기가 제일 무서운 병이다.

콧물이 나는듯 싶으면 벌써 귓속이 붓고, 목구멍엔 작은 포도알 만한 편도가 돋아 있다.

입 맛이 없어 밥은 못먹고, 과일은 입안이 헐어서 먹을 수 없고,

그러니 기운은 점점 더 없어진다.

여기에다 39-40도를 오르 내리는 고열은 중이염에 축농증세까지 동반 시키게 한다.

집안에 비상이 걸리는 것도 이때쯤이다.

녀석을 엎고 병원으로 달려 가면 의사선생님이 제일 먼저 하는 말은
“또 감기 조심하지 않았구나”다.
핏기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떡 거리는 녀석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심란해 진다.

 

감기가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에 매사에 조심을 시키라는

의사선생님의 주문을 듣는 것으로 진료를 끝내지만 병원문만 나서면

녀석의 결심은 금방 허물어 지고 만다.
그도 그럴것이 문밖에서는 매일매일 얼음치기에다 눈싸움,

고드름 따기 팽이치기가 기다리고 있는데-.

의사선생님도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계신터.

그런 까닭에 미리 저항력을 길러 보라며 권해준 약이 바로 ‘브롱코박솜’이다.

그런데 이 약은 평소 녀석이 먹어 왔던 것 과는 전혀 다른 캪슐형 이었다.

의사선생님은 몇번 먹어 보면 금방 익숙해 질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아내와 나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캪슐약을 분해, 그 가루를 물에 타 먹이기로 했다.

그러나 워낙 가루가 미세 할 뿐더러 약도 소량이어서 입김에 날아가고,

숫가락에 묻어 없어 지는 것을 빼고 나면 실제로 목구멍으로 넘어 가는 것은

물 밖에 없는 듯 싶었다.

결국 캪슐 상태로 먹이는 것이 강장 효과가 있다는 얘기가 됐다.
 
“자 우선 물을 입에 넣고, 그 다음에 약을 넣은 뒤 꿀꺽해봐”
  “엄마 안 넘어가요”
  “그럼 다시 물을 넣고-”
  “_ _ _ _ _ _ _ ”
  “넘어 갔니”
  “아니”
  “다시 한 번만”
 
 이렇게 시작한 것이 벌써 물 다섯컵째.

그동안 캪슐약도 물에 녹아 결국 우거지상을 한채 씹어 먹는 것으로 끝냈다.

이것이 첫 번째 실패. 이날 이후 캪슐약 한알 먹는데 마셔댄 물은 보통 대여섯 컵 정도였다.

그러길 닷새째.

1993년2월16일, 드디어 녀석이 알약을 삼키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그것도 단숨에-.

  “엄마 아빠 나 해냈어”
  제 스스로도 놀라서 큰 소리쳐 댔던 녀석.

그러나 어딜. 그 이튿날 또 다시 물 다섯컵이 들어 갔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약은 소량의 물로 복용해야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알약 삼킨 것’ 만 대단하게 생각하는 녀석의 허풍 때문에 그때는 아픈것도 잊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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