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필리핀서 별나게 사는 강산네 이야기'
1999년 ‘사는 게 뭐냐구요. 강산네 좀 보세요’를 출간 한 이 후, 꼭 10년 만에 그 속편으로 이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처럼 그동안 우리 아들 강산이도 초등학생에서 필리핀 최고 대학인 UP대학생이 됐습니다.
어디 이뿐만이겠습니까. 몸과 마음도 훌쩍 커 이제는 부모가 할 수 없는 일도 거뜬히 해내고, 주민증이 나오기 전(필리핀은 학생면허가 따로 있음)부터 하기 시작한 자동차 운전은 친구들로부터 ‘도사’ 소리를 들을 정도가 됐습니다.
영어회화 역시 육두문자(肉頭文字)를 써가며 싸울 수 있을 만큼 유창하고, 어릴 때 항상 반 박자 늦던 손 놀이는 이젠 레크레이션 지도를 할 만큼 능숙한 솜씨를 갖춘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덕분에 강산인 고등학교 시절 필리핀 마닐라에 유학생의 집인 ‘에듀오스’(eduos.co.kr)를 설립, 지금까지 운영을 해 오고 있습니다. 물론 엄마와 동업?하는 관계에 있지만, 튜터 관리에서부터 이미그레이션 일 등 크고 작은 것들이 강산이 손을 통해야 해결이 될 정도로 그 비중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10년 사이 이렇게 변한 것입니다.
반면 하나하나 짚어 보면 지금까지의 변화는 성장기 청소년들이 누구나 겪게 되는 당연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내는 책 제목도 먼저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했습니다. ‘사는 게 뭐냐구요. 강산네 좀 보세요’를 ‘한국과 필리핀서 별나게 사는 강산네 이야기’로 말입니다. 결국 강산네의 활동범위가 필리핀으로 넓어 졌다는 것외에는 크게 바뀐것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제목 그대로 ‘강산네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이제 강산이는 과거의 10년보다 도래하는 10년이 녀석의 인생길에 가장 바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입대와 취직, 결혼 자녀양육 등이 앞으로 10년 안에 다 해결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 고비를 잘 넘긴 뒤, 또 이 책 속편이 나오게 된다면 그 때는 제목도 달라지고 책 부피도 훨씬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아마 글쓴이도 아빠가 아닌 본인이 되지 싶어집니다. 앞으로의 10년이 기대가 되는 이유기도 합니다.
사실 10년 전에 출간한 ‘사는 게 뭐냐구요. 강산네 좀 보세요’는 시판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강산이 초등학교 졸업기념으로 낸 책이어서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하는 책은 지난 번 내용과 더불어 강산이의 10년간 성장기를 덧칠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20년이란 세월이 농축돼 있는 이야기책이 됐습니다. 다른 아이보다 특별히 내 세울 수 있는 재주나 자랑도 없고, 인물적 특징도 없는 게 오히려 또래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는 속설처럼 말입니다.
이 책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과거의 책 내용을 그대로 옮겨 실으면서, 현재의 강산이 모습과 그 집안을 투영해 볼 수 있도록 글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덕분에 현재 강산이가 살고 있는 필리핀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함께 사는 유학생들과의 속 깊은 내용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재미를 더하기 위해 ‘픽션’을 내세우지 않은 순전한 ‘논픽션’이라는 사실도 밝혀 둡니다. 더불어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이 내용이 내 자식 강산이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독자들에게 같은 ‘느낌표’로 다가오는 그런 감동이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자식이 아니라 원수’ 같았던 순간순간들을 돌이켜 보면 한 숨만 나오지만, 그 자식으로 인해 인생의 맛을 느낀적이 또 얼마나 많았었는지는 부모님이 더 잘 압니다. 필자 역시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소릴 입에 담고 살았음을 고백합니다.
필리핀에서 살고 있는 강산이는 지금도 가끔씩 제 이야기를 담은 책을 꺼내어 읽는 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장단점은 물론 공개하고 싶지 않은 속 이야기까지 포함돼 있는 책이니 만큼, 선뜻 친구들 앞에 그 책을 꺼내 놓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책도 그러지 싶어집니다. 녀석이 장가를 들고 애를 낳고 키워봐야 그 때에나 이 책의 의미를 알게 될 것 같습니다.
‘사는 게 뭐냐구요-’
이 질문을 받게 되면 지금도 우리 부부는 이렇게 말한답니다. ‘강산이 좀 보세요’ 라고 말입니다.
2009년 1월 15일
글쓴이 강산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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