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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네 이야기

울보 강산이-

by 고향사람 2006. 5. 31.

 

-평강 공주도 울보였다지.

아버지인 임금이나 어머니인 왕비가 못당 할 정도로.

그래도 바보 온달한테 시집을 보낸다고 하면 "뚝" 했다는데.

우리집 울보 강산이 울음 그치게 해 줄 여자온달(?)은 어디 있는지-

 

강산이가 태어난 봉천동 C산부인과에서 6일만에 퇴원해

서울 성북동 전세집으로 온 것이 87년12월17일.

병원에서 고추수술(포경수술)이후부터 줄곳 울기시작한 녀석은

집에 와서도 그 기세가 도무지 꺽일 기미가 없다.

 

보통 하루 절반은 우는 것으로 보낸다.

젖먹고 토막잠 자는 것 외에는 우는 게 일과다.

병원에서 나눠준 육아책에는 신생아의 경우 하루 21시간을 잔다고 돼 있는데,

내용이 잘못됐는지는 몰라도 많이 녀석은 잤다고 해야 겨우8시간을 넘겨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외삼촌댁 교통사고 때문에 집안식구들이 모두 장래식장과 병원으로 왔다갔다하는통에

정작 산모 돌보는 일을 못해, 아내는 퇴원 후에도 부기가 빠지기는 커녕

잠을 제대로 못자 산후증이 심했다.

게다가 애까지 하루종일 울어대니  지옥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퇴근해 돌아오면 아내는 아에 애를 맡기다 시피하고 기저귀며 우유병 소독등을 한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집에 오자마자 우는애 붙잡고 있는다는 게 보통 인내를 요하는 게 아니었다.

꾀라도 날 즈음, 어느날 아내가 시장을 보기위해 잠시 집을 비웠다.

마침 잠들어 있는 녀석이 깰세라 아내는 뒷걸음질하며 방을 나갔고,

나 역시 하던 일을 마져할려는 참에 애 울음 소리가 들린다.

"오냐 오냐 울지마라 자장자장"
다독거려 보기도 하고 둥기둥기 안아도 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 울테면 한번 실컷 울어봐라"
은근히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 네 녀석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그렇게 30분쯤 지났을까, 그러나 녀석은 이길려고 작정한 것 처럼

오히려 울음 소리가 더 요란하다.
"그래 더 울어라 더울어"
 1시간이 지나고 2시간 가까이 되자 드디어 애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결국 내가 이겼다는 생각과 함께 진작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애 있는 곳으로 가봤다.
그런데 아뿔사 이게 웬일.

그때까지도 울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다만 소리가 안 들렸을 뿐이었다.
너무 오래 울어 목이 쉬어서 소리가 않나 온 것이다.

 

이런 독종-.  결국 두 손을 든 것은 물론 뒤늦게 돌아온 아내와 한바탕 싸움까지 벌여야 했다.

그리고 이튿날부터 꼬박 보름동안 애를 병원에 데리고 다니느라 혼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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