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오늘은 아기를 낳는 날.
아니 제왕절개 수술을 받는 날이다.
전날부터 입원해 진찰을 받고 있는 아내나,
괜히 허둥대는 내 모습에도 불구,
병원 사람들에게는 아무일도 아닌듯이 비쳐지는 것 같아 오히려
야속할 정도다.
마취실서 수술실로 옮겨지는 아내 모습을 지켜본 뒤
내가 할수 있는 일을 찾아 보지만 쩔쩔 매고 있는 모습만 병원 거울에 반사될 뿐이다.
엄지 손가락을 얼마나 물어 뜯었을까.
손톱이 벌개져 있을 무렵,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애기 옷 가져 오세요"
문을 반쯤 열고 빠꼼히 고개 내민 채 소리지른 간호사가 없었다면
나는 오만 궁상을 다 떨고 있을 참이다.
언뜻 정신을 차리고 간호사에게 건넨것이 아기 배내옷.
출생 후 최초로 입는 옷을 내 손으로 건네 주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입원 수속을 밟으며 꼼꼼히 챙겨 놓은 아기용품들을 보고 나니
엄마가 된 아내 모습이 불현듯 보고 싶어 진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간호사가 다시불러 들어가 보니 새 생명은 아내품에서 앙앙 거리고 있었다.
"세상밖으로 나온 녀석이 울지 않아서 의사선생님 한테 엉덩이를 얻어 맞고서야 울기 시작 했다" 는 간호사의 말도 찜찜한 차에 이번에는 정신이 든 아내의 눈썰미가 곱지가 않다.
나도 모르게 아기의 옷으로 눈이 돌아 갔는데-.
아뿔사. 아기가 헌옷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내 친구 큰애가 입던 헌 배내옷 한벌을 얻어다 놓은 것이 있었는데
하필 그 옷을 내주고 만것이다.
새옷을 사와 끓는 물에 삶고 여러번 곱게 접어 두었던 진짜 배내옷은
정작 입혀 보지도 못했으니. 아내 역시 화가
날수밖에.
이날의 충격이 적잖은 듯, 이후 아내는 아들 옷 사는데 유달리 정성을 쏟는다.
백화점이나 유명가게서 실시하는 바겐세일을 비롯 창고 대방출
원가판매 이월상품 처분등은 빠짐없이 챙기며 애 옷을 기웃 거린다.
"우리 귀한 아들. 생전 처음 입힌 옷이 중고품이었다니-"
이 생각만하면 지금도 가슴이 알작지근 하다는 아내.
덕분에 아들 녀석만 멋쟁이 가 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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