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아기 발부터 나오면 안되나요"
출산 예정일 1주일을 앞두고 마지막 검진에서
태아가 거꾸로 있다는 의사의 진찰 결과가 있자,
다급해진 아내가 얼떨결에 한말이다.
가급적 빨리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입원비 걱정과
두려움이 겹쳐 어쩔줄을 몰라 하던 아내는
그 와중에도 2주전까지 멀쩡했던 태아가 거꾸로 있다니 믿을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든다.
그러면서 생각났다는 듯이 얼른 꺼내는 말이
"요즘 일부 의사들은 자연분만 보다 입원비와 수술비를 함께 받을 수 있는
제왕절개를 선호 한다 고 들었다"
며 "우리애도 정상인데 괜히 잘못됐다고 하는것 아니냐며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조사해 보자"며 보챈다.
"무슨 소리야 하루가 급하다는데-. 그러다 수술시기를 놓쳐 고행하지 말고
의사가 하라는 대로 하자"
겨우 달래서 입원 수속을 끝내자
이번엔 간호사가 올라와 몇날 몇시에 수술을 하겠느냐며 묻는다.
처음에는 무슨 소린지 몰라 멍하게 있자
옆에 있던 뚱뚱한 아주머니가 한마디 거든다.
결국 이 아주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병원측이 좋은 사주팔자에 맞춰
수술을 해 주겠다는 것이란다.
그러나 당시 우리 분위기로는 사주팔자 운운할 정도로 편치도 않았을
뿐더러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없었던 터였다.
아무튼 이날 밤 아내는 한숨도 자지 않고 밤새 유언(?)을 늘어 놓는다.
'마취에서 깨지 못하면' 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수술하다 잘못되면' 에서
"혹 죽더라도 새 장가 들어서는 안된다"는 다짐까지 받고서야
비로소 끝을 맺는다.
이때까지 무슨 죄인이라도 된 양 연신
"알았어. 알았다니까. 걱정말아"
소리만 연발해댄 나, 은근히 부아가 끓는다.
"그래 여지껏 태교한다고 설치더니 겨우 애를 거꾸로 갖고 있냐. 멍청하긴-"
물론 속으로만 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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