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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네 이야기

강산네 이야기 책 '서문'

by 고향사람 2006. 5. 21.

-서문-

  

애 키우다 보면 별일이 다 있다.

한밤중에 병원문을 두드려야 할때가 있는가 하면,

아침까지 멀쩡했던 도자기가 산산조각 나 있기도 한다.

 

어디 이뿐이랴.

잘 돌아가던 선풍기 날개가 달아나 있고, 하얀 벽지는 어느새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다.

바로 자식이 아니라 웬수(?)와 함께 사는 꼴이다.

그러나 어쩌랴. 가끔 [씨 - 익] 웃어 주는 마력에 끌려

살림살이 다 부숴지는 줄모르고, '아장아장' 두발로 딛는 땅위에는

금 가루라도 뿌려주고 싶은 게 부모의 솔직한 심정인 걸.

애 말썽에 신혼단꿈을 잃고 그 뒷바라지에 늘어나는 건 주름살과 한숨뿐이지만

어느 부모건 겪어야 할 고통이기에 오늘날까지 잘 견디고 있을 뿐이다.
 

초보, 엄마.아빠가 겪는 생소한 사건들.

지나고 보면 미소도 떠오르고 자신감도 붙지만 막상 일을 당할 때마다

허둥댈 수 밖에 없는 것은 모두가 자식일이기 때문이리라.

자식 자랑이 팔푼이 짓 인줄 알면서도 떨쳐 버리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손가락질 할 자신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남의 집 지하 셋방에서 대책 없이 아들 하나 덜렁 낳아 놓고,

주인집 눈치가 무서워 애 한번 맘대로 울리지 못하고,

연탄 아궁이 벌려 놓은 채 기저귀를 말리던 기억이 없는 부부는 참으로 행복 했을까.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고슴도치는 그것대로, 동물의 왕 사자는 그대로 새끼 사랑하는 마음 크기가

같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부모들의 생각이 비슷하겠 듯이 자식 키우며 겪은 온갖 우여곡절을 적었다면
소설 몇 권 분량은 넘었을 뿐더러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다.

 

내 아들, 강산이에 대한 경험도 비슷하다.

어쩌면 나름대로의 넋두리를 적다 보니 어느새 책 한권분량이 됐다.

또 신문이나 잡지등에 기고했던 글들이 모아지고 이를 본 주위 사람들,

특히 아내가 '이왕지사 책으로 한번 엮어 보면 어떻겠느냐'는

은근한 유혹에 정말 객기를 부리고 만 셈이다.

정작, 주인공인 아들녀석은 자신의 이야기가 활자화 되는지도 모르고,

아내도 껄끄러운 가족사가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극적 효과는 더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밝혀 두고 싶은 것은 이 책 속의 내용이 독자들을 의식해

문장을 가식화 하거나 억지로 꾸며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 상황만 다룬 논픽션 이라는얘기다.
또 한가지는 아들 강산이 녀석의 장점도 많지만 여기서는 실수 투성과 잘못된점등을

가십화 시킴으로써 장래 교훈서가 되길 바랬다.

그래서 문체가 평범 하도록했고 아들 친구녀석들이 읽을 수 있도록

쉬운 단어만 골라 쓰려고도 노력했다.
 
우리 부부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아들이 공부 잘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 보다는 의롭고 정직하며 건강하길 바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 때 까지 글씨한자 가르치지 않아 제 이름 석자도 쓰지 못한 학생은

우리집 애가 유일 할 것이다.
그만큼 열심히 놀고 여행하고 등산하는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했다.

그렇다고 남들에 비해 유별난 교육을 시켰다거나 가장의 권위를 내세운 적은 한번도 없다.
 

다만 철학자 [몽테뉴]가  '왕정을 다스리기 보다 가족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했듯이 앞으로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우리식구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혼율이 급증하고 청소년 탈선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는 현실속 우리집만 화목하
기를 바란다는 것은 감나무 밑에서 익은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꼴이리라.

 

노력과 인내, 그리고 신뢰가 없으면 가족 구성원은 결속력을 잃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
다. 그래서 아들 강산이와 약속한 것이 하나 있다.

이번 책은 잘 모르겠지만 글쓰기를 좋아하고 제법 시다운 시도 지을 줄 아는 녀석이기에

이 다음 중학교 입학기념으로 부자지간에 시집 한권을 내 보자고,

서로가 사랑하고 아끼는 정감있는 시의 감동이 우리 가정을 지켜주는 명약이 될지 누가 아는가.
 

사실 이 책은 강산이 초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정리하고 싶었었다.

불행히도 입학 한 달을 앞두고 온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가

등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때문에 글쓰기가 한동안 중단 됐던 것은 물론 세 식구가

뿔뿔이 흩어져 사는 고통도 감수해야만 했다.

반면 책을 내기로 결심하자 걸리는 것이 생겼다.

아무리 '내리 사랑'이라고는 한다지만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니

괜히 죄스럽기 까지 하다.

자식에 대한 비중이 너무 커져 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고향 부모님께서도 나를 키울 적에 나 이상의 고생과 걱정을 하셨으리라 믿는다.

내 자식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바로 보답하는 길이 아니던가.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자신감 보다는 부담이 앞서고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자식이 둘, 셋인 부모들은 어떨런지.

그 분들에 대한존경심 마저 드는 게 요즘의 솔직한 심정이다.

아들 강산이가 벌써 초등학교 6학년이 됐다.

그동안 국민학교라는 용어가 사라졌고 영어까지 배우는 수준이 됐다.

수학도 도형문제가 나오는가 하면 현장탐험과 극기훈련등 과거에 비해

상상 할수 없는 교과목이 즐비, 가끔씩 노트를 들고 쫒아 오는 녀석이 겁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만큼 컷다는 증거가 돼 싫지는 않지만, 다른 한편으론 내 아이가 딴 사람이 돼가고 있다는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가끔씩 반항하고 말썽을 피워 댈 때면 더욱 그런 생각이 짙어 진다.

먼 훗날-. 이 책을 들고 아빠를 찾아와 첫장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 주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아들이 되게 하는게 우리 부부의 소망이다.
 

끝으로 이 책을 출판해 주신 사장님과 직원들에게 감사한다.

또 한가지 바램은 혹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초보 엄마 아빠들에게도

아이를 키우는데 작은 참고서가 됐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다.

이제 인생은 경험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조금 알것 같다.

                                                                          

 

  글쓴이     강산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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