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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관 뚜껑에서 낮잠을 자다-

by 고향사람 2020. 8. 22.

말복(末伏)지나 처서(處暑)가 눈앞에 오니

긴 장마와 폭염과도 이별의 시간이 다가 온듯 싶어집니다.

 

필리핀서 오래 산 덕분?인지

더위에는 강한 체질이 돼 버렸습니다.

삼복(三伏)에도 선풍기를 틀지 않고 버틸 정도로 말입니다^^

 

하지만 복(伏) 때면 여전히 아버님의 호통이 생각납니다.

-넌 하필 관(棺) 뚜껑에서 낮잠을 자니.

 

사연은 이렇습니다.

중학교 때 여름방학이었습니다.

점심 후 잠이 쏟아져 밤나무 그늘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는데-

잠자리가 마땅치 않던 차 마침 창고에 있던 나무 판대기가 눈에 띄어

그걸 옮겨다 놓고 그 위에 누었습니다.

 

한 참 오수(午睡)에 취했을 때 누군가가 나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아버님이셨습니다.

이 때 호통이 바로 -넌 하필 관(棺) 뚜껑에서 낮잠을 자는겨였습니다.

 

아버님이 수로에서 물길을 바꿀 때 사용하려고 주어다 놓은

관 뚜껑이었는데- 그걸 모르고 내가 침상으로 사용했던 겁니다.

어쩐지 길이와 폭이 내개 딱 맞는다 싶었습니다.

 

삼복(三伏) 때 이 생각만 하면 더위가 싹 가십니다.

수십년이 흘렀지만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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