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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노모 &50대 아들 이야기

아버님이 지은 집을 수리해보니-

by 고향사람 2017. 11. 16.

30년이 됐습니다.

고향집을 지은지 말입니다.

 

작고하신 아버님과 어머님이 심혈을 기울여 지은 이 집은

당시만 해도 동네에서 제일 신식집이었습니다만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기가 힘든 나이가 된 탓인지

이젠 손 볼 곳이 제법 생깁니다.

 

이중 제일 큰 문제는 안방 구들이 갈라져

불을 지필 때마다 연기가 피어 오른다는 겁니다.

여름철에야 불 땔 일이 없으니까 그런대로 사용하지만

겨울이 되면 낭패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필리핀서 돌아 오자마자

방구들을 새로 놓기로 했습니다.

방바닥 콘크리트를 살살 들어 내고 기본 구들 형태를 참고해

수리를 하면 될 것 같아 혼자서 시도를 한 겁니다.

 

정과 망치를 이용해 바닥 콘크리트를 겉어 내는 것도

큰 일이었습니다만 구들 안에 꽉 차 있는 재와 이물질은

건드릴 때 마다 먼지로 변하는 통해 온 몸이 새카맣게 변했습니다.

그걸 퍼 담아 바깥에 내다 버리는데- 그 일이 얼마나 힘들던지

생전의 아버님이 자꾸 떠 올랐습니다.

 

이 일을 어찌 하셨을까?

또 방 구들 밑에는 굵은 모래가 보였는데 이는 습기를 막기 위해

일부러 뿌려 놓은 것들이었습니다.

어디 하나 허술하게 넘기지 않은 아버님의 정성에 감동을 받곤 했습니다.

30년을 넘긴 집이지만 아직도 쓸 만한 것은

바로 아버님의 이런 정성 때문인 셈입니다.

 

안방 하나 수리하는데도 이렇게 힘들진데-

이 집 전체를 지은 아버님의 수고에 다시한번 머리가 숙여집니다.

그래서 일까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버님 반도 못 따라가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만약에 신이 작고하신 울 아버님을 단 한 시간만이라도

생전의 모습으로 돌려 주신다면 전 끝까지 절만 할 겁니다.

아버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말입니다.

방 수리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아마 그 수리가 끝나도

아버님에 대한 감사는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아 아버님. 진짜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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